서브프라임 사태 세입자에 ‘불똥’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해 압류주택이 늘어나면서 이들 주택의 세입자들도 졸지에 쫓겨나는 등 함께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세입자 비율이 큰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부동산 정보회사인 데이터퀵 정보시스템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에 캘리포니아주에서 압류당한 단독 주택은 모두 3만1676채를 기록, 2006년 동기에 비해 무려 400%이상 증가하는 등 압류주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들 압류주택의 거주자 가운데 약 25%가 세입자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콘도를 포함한 다세대 주택이 압류당하는 사례를 감안할 경우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해 피해를 보는 세입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A 지역의 경우 세입자 비율이 전체 주민의 60%에 달하는 등 미국 평균 세입자 비율 32%에 비해 훨씬 높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주택 압류로 인한 세입자 피해는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는 평가다.
또 연방정부가 12일 주택압류를 30일 동안 동결하는 내용의 구제책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주택 소유자들에게 일시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근본 처방이 되지 않는다고 세입자들은 입을 모았다.
더구나 주택 거래 부진과 함께 임대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압류주택 증가는 또다른 임대수요를 촉발함으로써 새 주거지를 찾아야 하는 세입자들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관련법상 주택이 압류될 경우 소유주는 세입자에게 최소한 퇴거 30일 전에 통지하고 이사비용으로 1천500달러까지 지급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들은 나름대로 정한 세입자 보호규정을 각각 시행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이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문 형편이다.
실제로 히스페리아 지역의 ‘센추리21 페어웨이 부동산’ 소유 주택에 세들어 살던 마이크 살가도의 경우 즉시 퇴거하면 1천250달러를 건질 수 있지만 일주일 후에는 750달러, 2주일 후에는 500달러로 줄고 이후에는 한푼도 없다는 말에 서둘러 방을 뺀 뒤 두 아이들과 함께 모텔에서 지내고 있다.
850여 회원을 둔 LA 부동산투자클럽의 필리스 로커워 회장은 “살가도와 같은 경우를 당하는 세입자들이 비일비재하다”며 “요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는 이들의 이메일이 수없이 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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