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미국으로 은닉재산 빼돌린 금융 범법자, 환수 초읽기

한국에서 금융 부실사건을 일으키고 재산을 빼돌려 미국으로 도피한 고액 부실채무자 329명의 명단이 작성됐다.

한국의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2006년 9월부터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임직원이나 채무를 갚지 않는 부실 채무자들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찾아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해온 결과 미국에서만 지난해 329명의 리스트를 작성, 미국으로 빼돌린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로드맵을 완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예보는 이에 따라 미국내 사설탐정 업체를 고용, 이들에게 명단을 넘긴 뒤 실제 재산 은닉 여부를 조사해 미국 법원을 상대로 이를 되찾는 소송 등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에만 305만 달러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한국의 공공기관이 해외에 은닉된 재산을 찾아내 환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예보측은 “작년 말까지 캘리포니아 등에서 모두 4건, 305만 달러의 해외 은닉 재산을 환수했다”라며 “현재 8건, 1천200만 달러 상당의 은닉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해외 은닉재산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외환거래 규제가 완화되고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가 점차 확대되면서 해외로 재산을 도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을 1차 환수대상 지역으로 삼은 예보는 고액 부실 관련자의 출입국 기록, 외화 송금 내역, 이민,동거 등 장기 거주 여부 등을 조사해 재산 은닉 가능성이 큰 329명을 추렸다.

이를 바탕으로 찾아낸 재산의 가액별로 나눠 어떻게 회수하는 것이 실익이 큰지, 재산 유형별로는 어떻게 회수해야 하는지 등을 리스트와 함께 지난 해 8월 해외재산 환수 로드맵을 완성했다.

한국내 법원이 채권 금융기관에 은닉 재산의 강제집행 권한을 인정한 확정 판결문을 미국내 각 주법원에서 인증받는 현지전환 소송 절차와 이후 경매법원을 통해 이를 회수하는 방법 등을 매뉴얼화한 것이다. 통상 시간당 보수로 지불되는 미국 변호사 수수료를 성공보수제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 2년 이상 걸리던 회수 기간을 6개월 이내로 줄이고 소송 비용도 크게 줄였다고 예보는 설명했다.

예보 관계자는 “국세청 등 한국내 공공기관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빼돌리는 노하우를 가진 곳이 한 곳도 없었는데 이를 개척한 셈”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중국, 일본, 동남아, 호주 등으로 조사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조사 대상자도 단계적으로 1천여 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명애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