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한인은행 인재양성 교육 절실하다

올들어 한인은행가에 믿을수 없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고에서 돈이 사라지는가 하면 직원의 실수로 고객의 의도와는 달리 20만달러 체크가 처리돼 버렸고, 체크 카이팅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 문제를 일으킨 은행 직원 개인의 실수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실수라고 하기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라는 시대와 너무 맞지 않는 실수다.

불경기가 찾아오면 잠잠하던 사고가 터지게 마련이라고 한다. 얼마전 유선상 대화를 나누던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게 믿을수가 없다. 남의 돈을 만지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갖춰야할 기본적인 개념도 없는 일들이다”라며 개탄했다. 사석에서 만난 또다른 은행 간부는 “지난 수년간 은행들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한 탓 아닌가 싶다.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쉬쉬하며 외양간 고치기 바쁜 우리네 문화에도 조금은 책임이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인력풀이 작은 한인커뮤니티이고 좋은 인재 찾기 어려운 건 초일류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라 해도, 초점을 ‘사람’으로 옮겨본다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은행들의 실적 악화와 최근의 잇따른 사고들은 결국 다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벌이는 공식적인 교육도 있겠고 선후배간에 함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교육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또는 자기의 일이 너무 많아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요즘은 좀 잠잠해졌지만 얼마전까지 극성을 부리던 은행들간의 스카우트 경쟁은 한인은행들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보다는 영입을 통한 단기적인 효과만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결국 그 덕분에 한인은행들은 상황이 어려워진 요즘 높은 인건비 부담을 안고 있다. 행장자리가 공석일 때마다 고심하는 한인은행가를 보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전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은행 이사회에서는 보통 헤드헌터를 고용해 사람을 찾지만 효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한국 은행들의 경우 5년 단위로 나눠 행장 후보군을 전략적으로 양성한다고 한다. 임기라는게 보통 정해져 있고 행장직 연임이라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찌감치 점찍어둔 인재들을 별도관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현장경험을 통해 행장으로서 갖춰야할 소양을 갖추게 된다. 설령 행장이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인재들은 은행 어딘가에서 역량을 펼치게 된다. 최고점에 오른다 하더라도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후배들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갖춰지는 것이다.

한인은행들에서는 어떤가. 내부발탁으로 행장이 된 건 나라은행의 민 김 행장이 유일하다. 김 행장마저도 한차례 고배를 마시고 행장대행 기간 동안 검증을 거치는 과정을 거쳤다. 이사회로부터 은행 내부에서 성장한 직원들이 신임을 받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은행 일에는 사사건건 참견하면서 직원들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이사들에게 책임이 없다는건 아니다.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은 그 정반대의 케이스라 하겠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한인은행가에 등장했지만 결국 그가 남긴 건 폭락한 주가와 실망감 뿐이다.

많은 은행가들이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해내려면 무엇보다 체계적인 인재양성 과정 확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모든 은행이 고난을 겪고 있는 이 시기가 직원교육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에 한발 더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 무리한 기대일까.

염승은 /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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