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또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진콜(margin call)’이란 이름의 유령이 최근 미국 월가를 떠돌고 있다.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위기를 근근이 버텨오던 월가에서 투자자들의 마진콜 요청에 응하지 못해 디폴트(부도)를 선언하는 회사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운영하는 칼라일캐피털이 6일 은행권의 마진콜을 수용하지 못해 디폴트 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칼라일캐피털은 주택 모기지 채권 투자와 관련해 전날 7곳으로부터 마진콜을 요청받았으며, 이 가운데 4곳이 요구한 3700만달러를 충족하지 못해 한 업체로부터 디폴트 통지를 받았다. 손버그모기지가 2800만달러에 이르는 마진콜을 맞추지 못해 부도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앞서 골드먼삭스가 운영에 관여하던 런던 소재 사모펀드 펠로턴파트너스도 지난주 심각한 모기지 연계채권 투자 손실로 인해 자산담보채권(ABS) 펀드를 청산했으며, 미국 뉴멕시코 주 산타페 소재 톤버그모기지는 3억2000만달러 규모의 디폴트 통지를 받았다.
US은행의 포트폴리오 전략담당 중역인 짐 러셀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단 (마진콜 사태의) 방아쇠가 한 번 당겨지면 투자회사들은 투매에 나서야 하고, 이는 곧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마진콜은 개인이나 기관투자가가 헤지펀드 같은 투자회사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이다. 바이코리아 열풍 이후 불과 2년 새 주가가 50% 이상 빠지면서 너도나도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에 나섰던 국내 증시의 악몽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시장 악화로 투자 손실이 늘어나면 투자자는 손실 대비용으로 최소한(margin)의 증거금을 보충해두라고 회사에 전화(call)를 건다. 마진콜을 받은 회사는 증거금을 확충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헐값에라도 내다팔아야 한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제때 돈을 구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그 회사에 디폴트 陸嗤?보낸다. 투자 손실에 대비한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마진콜→투매→디폴트’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월가의 걱정은 앞으로도 이런 회사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칼라일캐피털이 220억달러 규모의 최우량 AAA 등급인 기관 연계채에 주로 투자해 온 ‘우등생’이었음을 감안할 때 칼라일까지 마진콜에 응하지 못한 것은 모기지발 금융 불안이 여전히 심각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현재 미 정부가 관여하는 양대 모기지 전문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관들이 연계된 기관 연계채권은 4조50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도이치뱅크의 오언 피츠패트릭 미국 주식 팀장은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금융권 이슈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자산가치의 재평가와 관련해 부정적인 뉴스의 흐름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레스트라캐피털의 라이언 아킨슨 투자분석가는 “신용위기에 대한 공포가 당분간 투자자들의 심리 한편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춘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