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분명하게 드러난 신용경색은 정부의 금리정책 과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물가와 실업률등 주요경제지표는 계속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주요 금융업체들은 연방준비은행의 지속적인 긴급수혈로 지탱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걸쳐 유동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주류은행중에서는 주택금융 전문의 양대산맥이랄수 있는 컨트리와이드와 워싱턴뮤추얼이 서브프라임 융자의 심각한 후유증 속에서 회사의 건전성이 심하게 손상되면서 더 크고 건전하게 운영되어온 상업은행들에게 합병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런 난관속에서 이들 두 은행은 이자가 크게 하락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큰 흐름에 역행하여 높은 금리로 예금확보에 나서고 있으니, 그들의 유동성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예금과 대출 사이의 마진을 희생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겠다. 지난 몇년간의 지속되는 호황 속에서 단기간에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며 벌려온 무분별했던 대출관행의 결과라고 하겠다.
한인은행들도 금융시장의 금리하락의 큰 추세에 상관없이 무리하게 예금금리경쟁을 계속하고 있으니,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크게 손상되면서 체질약화를 자초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같은 경쟁에는 한계가 있겠고, 자금경색에 대한 처방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융자의 건전성 유지에 주력하는 등 금융의 기본원칙으로 돌아서며 선별금융에 주력할 일이다.
이민 초창기시절에 많은 동포들이 가발업에 종사하면서 생업에 힘쓰고 한국의 수출진흥에도 크게 공헌하였거니와 그 업계의 성장추이를 되돌아 보는것도 향후 한인 은행계의 진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가발업체도 수 없이 생겨나면서 경쟁은 필수가 되고, 손쉬운 방법이 곧 가격경쟁이고 보니 업계가 누릴 수 있었던 적정이윤의 기회는 크게 줄게 되었다.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서 많은 업체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부심했으며, 특별히 종래의 가발제품에만 의존하지않고, 간편한 신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수요를 추가로 창출해낼 수 있었던 점은 이업계가 가격경쟁을 뛰어넘어 어떻게 생존하며, 성장해왔는지 타업종에도 본보기가 된다고 하겠다. 업계는 생산과 도매와 소매를 망라하여 한인들이 주도하는 구조적 잇점을 누리는 위에 전국을 망라한 연합회를 잘 운영하여 업체들의 상부상조에도 본을 보이고있다. 수천만달러의 매상을 올리는 대형업체가 있는 가하면 소형업체들도 자신에 맞는 틈새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니 가격경쟁이나 규모의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요, 이를 극복하면서 업체의 차별화 또는 특화를 통한 생존전략을 구사하여 체질 개선을 이루었다고 보겠다.
은행에 따라서는 대출부실과 수익성악화등으로 자산규모의 축소도 불가피하겠거니와 합리적 경영을 통해서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등 인력의 효율적 운영이 절실히 요구되며, 서비스의 내용을 충실하게 업그레이드하여 고객들의 사무 간편화와 경비절약을 드림으로써 고객들이 거래은행과의 관계에서 만족하게 될 때 고객은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며,이렇게 될 때 그 은행은 가격경쟁을 뛰어넘어 나름대로의 틈새시장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향후 몇년간 금융업계는 부실자산 정리에 매달리게 되어 자산건전성이 회복될때까지 감독기관의 광범한 금융제재 속에서 고전할것이고, 지난 호경기 동안에도 금융원칙에 충실하였던 건전한 은행들은 이 기간이 오히려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호기라고 하겠다. 이것은 지난 80년대에도 또 90년대에도 경기조정기간 동안에 보아왔던 터이다. 멀게만 여겨졌던 한인은행계의 상호합병 또는 인수 가능성이 이제 현실로 다가설 것이며, 은행의 규모보다는 내실과 의지가 관건이 될것이다.
타업종과 달리 은행업은 정부 규제가 심하고 특별히 상장회사들은 연방증권위원회의 규제 등 까다로운 법규를 준수하게 되는데, 이는 경제에 미치는 은행의 역할을 고려할 때 수긍이 되는 것이다. 은행은 주주, 고객, 직원, 감독기관 등 많은 당사자들의 환시속에서 투명경영을 한다고 보겠는데 작금의 주식가격의 대폭하락은 금융주 전반에걸친 하락추세의 반영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언제 주식가격의 회복을 통해서 주주들에게 적정한 이윤을 되돌릴 수 있을지 고심하게 된다.
가발업계에서 보여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은행업계도 보일수 있을지, 체질개선을 통하여 틈새시장들을 확보해갈 것인지, 은행협회를 구성하며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해갈 수 있을 지 업계가 안고 있는 큰 숙제라고 하겠다.
김선홍/유니티뱅크 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