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제품 사고 나도 지상사들은 ‘모르쇠’ 자세

‘국민과자’로 사랑받던 농심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검출돼 한국이 떠들썩해지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모든 마켓에서 새우깡이 수거되고 생산업체 농심은 새우깡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농심에 배반 당한 느낌을 갖는 한국 소비자들을 달래기에 급급했다.

자체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던 농심의 미온적 대응책은 식약청의 공식발표로 미주 한인들에게도 알려지는 대형 이슈가 됐다. 새우깡 생쥐머리 사태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동원 참치캔에서 녹슨 칼날이 나오는 사건이 또 터져나왔다.
동원은 생산 유통 과정 중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공장 생산라인의 컨베이어 벨트 수리 과정중 부러진 칼날이 제품 안으로 들어갔다며 금속검출기 탐색의 한계를 구실로 삼아 어물쩡 넘어가는 자세를 보였다.

생쥐머리와 칼날 조각 파문으로 식품업계가 떠들석한 가운데 이번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동원 즉석밥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나왔다.이것 또한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마켓의 관리소홀을 들먹이며 제조업체는 교묘히 책임 추궁을 피했다. 

새우깡 이물질 검출 보도가 나온 직후 LA의 대형 마켓들은 진상조사도 하지 않고 자체적인 결정에 의해 새우깡을 수거해 버리는 발빠른 대응책을 보여 주었다. 이틀이 지난후 새우깡 미주 공급을 책임지는 농심아메리카는 공식입장도 발표하지 않는 미온적인 반응을 유지하다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 밀려 미주지역 한인마켓에 있는 새우깡은 안전하다는 공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문에는 미주지역에서 판매되는 새우깡이 왜 안전한지, 그리고 리콜 조치는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빠진 채 대수롭지 않다는 문구로 일관, 마켓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동원 참치캔 사건도 새우깡 조치와 흡사했다. 동원아메리카의 공식 성명과 조치가 없자 LA 대형마켓들은 자진해서 참치 캔을 매장에서 철수했다.

미주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어처구니없는 위기관리나 사고대응자세로 두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날개를 달고 말았다. 소비자를 왕이라고 추켜 세우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나몰라라식의 침묵으로 일관하며 구렁이 담넘어가듯 위기를 넘어가려는 한국 기업들의 운영태도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들이었다. 그들에겐 이미지 실추보다 반품 처리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K사는 기업의 이미지와 경영 그리고 생존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위기관리 대처요령’이라는 경영방침을 세워놓고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책 1권 분량이 되는 K사의 위기관리 대처요령에는 고객 서비스 제도로 부터 리콜 조치, 각종 소송 그리고 경영위기 극복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세계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나타나 있다.

K기업의 위기관리 경영방침에 의하면 기업의 COO와 CEO가 항공을 이용, 같은 장소로  출장을 떠날 때 같은 항공편에 절대로 동승하지 말라는 조항까지 들어 있다.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대형 항공사고시 COO와 CEO의 부재로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수 있다는 가정하에 세워진 방침이다. 기업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농심은 국민적인 식품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동원도 참치 통조림을 유행시키며 수산대국의 한국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려 왔다.
새우깡과 동원참치캔을 마음놓고 구입하는 LA 한인들은 이제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은 비단 새우깡과 참치 두 품목에만 한정되지 않을 듯 싶다. 만약 위기관리 능력에 대처하는 발빠른 자세와 준비가 있었다면 해당 두 기업의 이미지 타격은 그리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집나간 소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윤수/미주본사 취재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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