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VS 제일은행, 법정공방 불가피 할 듯


▲ 중앙은행과 애틀랜타 제일은행간 진행해오던 인수합병이 무산된 가운데 지난달
31일 애틀랜타 제일은행 본점 직원들이 입간판을 옮기고 있다.
애틀랜타=류종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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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행장 유재환)과 애틀랜타 제일은행(이사장 조중식)의 인수합병(M&A) 계약이 깨지면서, 이에 따른 위약금을 두고 양측간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일에서 지난달 28일 중앙에 인수계약 해지 통보(Notice of Termination)를 통해  M&A가 결렬된 책임을 중앙에 떠넘기며 310만달러의 위약금을 물어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 31일 위약금은 제일이 지불해야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일은 이날 애틀랜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A가 결렬된 책임은 중앙에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제일은행의 주장
제일에서는 ▲유재환 중앙은행장이 본지와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인수가격 재조정을 공공연하게 알린 점 ▲지난 2월 협상에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다른 은행과 매각 논의를 벌여도 된다고 말한 점 ▲공식 공문을 통해 인수가를 2,800만달러 낮춰달라고 한 점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 하는 인수합병 관련 서류인 S-4 파일링을 일부러 지연시킨 점 등을 들어 협상 결렬의 책임이 중앙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수의향서 체결 이후 모든 대출을 중앙의 승인을 받아야 해 은행에 대한 애틀랜타 한인 커뮤니티에서의 신용도가 떨어졌고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되는 등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사 및 주주들간의 이견이 심하고 오는 3일에는 주주총회도 예정돼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의 입장
중앙에서는 이같은 제일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사인한 인수의향서에 따르면 계약을 먼저 깬 쪽이 위약금을 물도록 돼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S-4 파일링의 경우 SEC에서 규정하는 대로 제일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포함돼야 하나 제일 측이 이에 신속히 따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수의향서가 체결된 이후 제일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으며 이창열 전 제일은행장을 비롯한 최고위급 간부들이 줄줄이 떠나게 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가 계약위반을 했다 하더라도 결국 계약을 먼저 깬 것은 제일이니 이에 대한 책임 역시 제일에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중앙의 현재 주가는 인수의향서 체결 당시보다 50%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라 가격조정 없이는 딜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중앙의 제일 인수건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공시된 31일, 중앙의 주가(심볼: CLFC)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3.19%(0.28달러) 오른 9.0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전일마감가 대비 11% 이상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투자기관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인수합병이 깨진 것은 중앙은행에 단연 좋은 소식”이라며 “현재로서는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고 내실을 다지는게 더 좋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일에서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소송을 불사할 분위기며, 중앙 역시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 한다는 입장이다. M&A 협상에서 시장 변화에 따른 계약조건 조정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제일이 중앙에서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 양측의 법정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틀랜타=류종상·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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