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인은행들의 재정비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의 본격적인 침체와 월가에 불어닥친 신용경색 위기로 금융계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한인은행가는 민수봉 전윌셔은행장과 손성원 전한미은행장이 자리를 뜨고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올해 첫분기였던 지난 1~3월 한인은행들은 제각기 내실경영을 천명하며 고위간부 인선 및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시장상황에 맞는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나라은행 이사회가 소송까지 갔던 벤자민 홍 전임행장(현 새한은행장)의 개인재단에 20만달러를 기부하며 관계회복에 나선 것도 은행들이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인사가 만사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윌셔은행의 조앤 김 행장 취임과 퍼스트스탠다드은행(FSB)의 임봉기 행장 취임 그리고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조직개편이다. 윌셔은행 이사회는 장고 끝에 행장대행으로 2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은행을 이끌어 온 김 행장대행을 신임행장으로 낙점한 뒤 곧바로 KPMG 출신의 알렉스 고씨를 CFO로 선임했다. 실적부진으로 고민이 많았던 FSB는 유니티은행의 초기 5년을 훌륭하게 이끌었던 임 행장을 영입했다.
산뜻한 새얼굴보다는 로컬경험 풍부한 인재들이 낙점되며 조직내 분위기를 추스르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한미만이 아직까지 행장인선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육증훈 행장대행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나라의 경우 동서부에 걸친 조직개편을 통해 지부장 제도를 도입, 지점-지부장-본점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했다. 지점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지부장이 메꿔주는 방식으로 보다 효율적인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중앙도 중견간부급 이상에 대한 승진인사를 통해 주요 공략지역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4분기에 영업권 재평가에 따른 손실처리라는 변수를 맞았던 한미는 인력이 중복되던 웰스매니지먼트 부서를 보험부서와 통폐합하며 효율성 증대를 꾀했다.
▶중단없는 영업망 확장 외형 확장에 있어서는 한미은행의 베벌리힐스 지점 오픈, 나라은행의 뉴저지 진출 등의 호재도 있었지만 중앙은 애틀랜타 진출이 무산됐다. 리저널뱅크를 목표로 나아가는 한미는 부촌의 대명사인 베벌리힐스에 지점을 오픈하며 비한인 커뮤니티 공략에 나섰고, 나라는 프로비덴트은행의 뉴저지 지점 1곳을 인수하며 반쪽과 같던 동부지역 영업망을 완성시켰다. 반면 계속 구설수가 나돌았던 중앙의 애틀랜타 제일은행 인수건은 제일측이 인수합병계약 취소 통지를 먼저 보내며 결국 결렬돼 법정공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경쟁구도와 불경기 불경기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는 해도 은행들간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고 있다. 새한은행과 신한뱅크아메리카가 한국 송금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태평양은행과 미래은행이 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고객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지점망 유무에 관계없이 고객층을 늘릴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부동의 1위’ 한미는 한인은행가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구좌 오픈 서비스를 개시해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난해부터 터지기 시작한 부실대출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거듭된 금리인하로 수익마진을 지켜내기도 여의치 않은게 현실이다. 내실 다지기의 끝무렵에 다다른 은행들이 끝나지 않은 불황의 터널을 어떻게 이겨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