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는 집에서는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미안하다. 식사가 늦었구나…’하며 집안일을 하다 개에게 밥을 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주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에게 밥을 주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개 키우기 책에 그렇게 하라고 적혀 있기 때문인가?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건강을 위해서 좋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식사 시간이 늦어지면 개가 불쌍하기 때문인가? 다 그럴듯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논리도 근거가 희박하다. 의도적으로 식사 시간을 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은 오전 8시 반에 밥을 주었다면 다음날은 9시에, 그 다음은 10시에, 이런 식으로 식사 시간을 그 날 그 날 변화시키는 것이 좋다. 왜 그럴까? 식사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 개는 언제 먹어야 할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이, 빨리 밥을 줘야 할 것 아냐!’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산책 시간을 정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유다. 그것이 주인의 리더십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보자. 전국에 강연을 하는 한 애완인이 있다고 하자. 전국을 돌아다닐 때 강아지를 데리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밤늦게 현지에 도착한다면 다음날 강연을 위해 미팅이 있기 때문에 한밤중에야 개에게 밥을 줄 여유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늦은 밤 과연 밥을 주어야 할까? 고민이 생기게 된다. 한밤중에 밥을 주면 배변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까운 장소에 해결할 곳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오늘은 그대로 재우자.’고 결정한다. 물론 다음날 아침 일찍 밥을 주고 적당한 장소에서 배변을 보게 하는데, 이렇게 해서 개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것은 적어도 비상대책이기는 하지만 평소에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개는 참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인이 개를 데리고 여행을 가거나 당일에 돌아온다고 해도 멀리 갈 때가 있다. 그럴 때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놓으면 문제는 심각하다. 차로 이동할 때는 교통 사정에 따라 예상했던 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될 때도 많다. ‘약속 장소에 이때쯤 도착할 테니까 휴게소 주차장에서 밥을 주고 볼일도 보게 해야지.’하고 예상했어도 길이 막히거나 예기치 못한 정체로 한 두 시간 늦어질 수도 있다. 개는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다. 언제나 먹던 시간이 됐는데도 밥을 안 주면 당연히 졸라대거나 문제를 일으킨다. 교통 정체로 짜증이 나는데 거기다 개까지 밥을 달라고 흥분해 있다면 차 안은 완전히 난리 법석인 상태가 된다. 오랜만에 나섰던 여행길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평소에 식사 시간을 조절했다면, 개는 ‘밥을 주는 시간이 식사 시간’이라는 의식이 있어 한 시간이나 두 시간쯤 늦어도 아무 소리 없이 주인에게 맞춘다. 개를 데리고 자주 여행을 가지는 않겠지만 만일의 경우가 발생해도 이런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그러므로 평소부터 대처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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