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취임한 지 20여년만에 퇴진하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일단 해외현장 경험을 더 쌓는 방향으로 백의종군한다.
그러나 이 회장에서 이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상속ㆍ승계 구도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재계와 삼성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전략기획실(실장 이학수 부회장)은 해체하고 이 회장의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재산)은 실명전환한 뒤 개인 이익이 아니라 사회 등의 유익한 일에쓰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전략기획실 해체에 맞물려 이학수 부회장과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김인주 사장은 잔무처리를 마친 뒤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22일 오전 태평로 삼성본관에서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0가지 항목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또한 은행업 진출을 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비(非)은행 금융업종 육성에 주력하기로 했다.
삼성은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순환출자의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25.64%) 를 4-5년내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날 회견에 직접 나와 ‘국민께 사과 및 퇴진 성명’을 통해 “저는 오늘 삼성 회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다”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년전 저는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삼성가족’에 대한 고별사를 대신했다.
이 회장은 이어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제하고 “오늘날의 삼성이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면서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 주셔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 몇달간 고심 끝에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삼성전자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하겠다고 확인했다.
이 회장의 이런 단안에 따라 그의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사임한 뒤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호진ㆍ최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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