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 담보대출 신청금액이 11.1% 하락했다고 모기지은행연합(MBA)이 지난달 30일 발표했다.이자율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융자신청이 이자율 하락에도 두 자리수 감소로 나타나는 건 업계의 냉각 수위가 심상치 않음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주 변동모기지 이자율은 전 주 6.6%에서 5.9%로 하락했다.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도 6.04%에서 6.01%로, 15년 고정 모기지는 5.6% 에서 5.53%로, 1년 ARM 평균 이자율은 6.93%에서 6.86%로 떨어졌다. 지난 해 이미 여러 융자회사들이 축소합병으로 몸집줄이기에 나서는 등 위기에 대처해 오고 있지만 이도 역부족. 부동산시장의 거래 위축으로 인해 사업적 타격이 미치지 않는 업종이 없지만, 융자업계의 위기는 부동산업계의 어려움보다 한 수위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거듭되는 반토막 매출, 지탱어려워 한인타운에서 10여년 이상 융자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는 한 브로커는 “작년의 경우 전년도보다 총 매출이 절반에 그쳤는데, 올해 역시 작년에 비해 반토막이다”라며 “결과적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5% 수준의 거래로 버티려니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건비나 사무실 유지비가 감당이 안돼 몇몇 회사들이 합병해 사무실을 함께 쓰는 등 자구책을 찾는 노력도 했지만 올해는그저 넋을 놓고 있을 따름이라고 했다.
20여년간 한인타운에서 일해 온 한 융자 에이전트도 “90년대 닥친 불경기보다 심각하다”라며 “작년에도 이보다 힘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대출 승인이 더 어려워진데다 언제 이런 경직된 시장 상황이 풀릴지 모른다는게 더 암담하다”라고 한숨지었다.
▶ 텅빈 사무실 서브리스도 어려워 3~4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부동산과 비즈니스 대출로 상당한 수입을 올렸던 융자회사들은 보통 1만스퀘어피트 이상의 사무실 공간을 장기 리스 계약을 해놓았다. 대출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소속 에이전트들이 떠나고 텅빈 사무실은 고스란히 오너 브로커가 감당해야 할 빚으로 남았다.
한 융자 브로커는 “사업을 접더라도 남은 리스 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곧바로 크레딧이 손상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추후에 다시 사업을 하기에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며 “계약된 리스 비용의 절반가격에라도 서브리스를 주고 싶지만 경기 자체가 어려우니 사무실을 쓰려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라고 힘겨워 했다.
▶ 강화된 융자승인 규정이 가장 걸림돌 정부의 잇따른 자금 지원 정책에도 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는 배경에는 대출 규정이 강화된 탓이다. 대출의 급격한 감소 역시 대출 고객 자체가 줄어든 것보다 까다로운 규정으로 대출 승인 자체가 안되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현재의 모기지 대란과 차압주택이 쏟아지고 있는 원인이 부실한 대출 규정에 따른 여파로 분석되면서 연방정부는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론 대출 승인 규정에 대해서는 완강한 이중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각 금융기관들 역시 같은 입장이다. 부실의 원인을 뒤늦게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한 융자 에이전트는 “이제는 크레딧 점수만으로 승인 여부를 가늠할 수가 없다”라며 “다운페이먼트 20%에 그다지 낮은 크레딧 점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거래를 현금으로 하고 크레딧 히스토리 라인을 2개밖에 만들지 못했던 고객의 대출 신청은 거절됐다”라고 설명했다. 크레딧 점수 뿐 아니라 히스토리 전반을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식당은 아예 융자 신청도 안받아 식품가격과 유가 상승 등으로 서민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요식업은 몸사린 은행들의 융자 거절 대상 1호이다. LA한인타운에 대형 식당을 오픈하려고 수개월간 준비를 마치고 막바지 개업준비자금용으로 대출을 신청했다가 뜻하지 않은 대출 거절로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는 한인사업자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식당 거래에 있어 50% 대출은 이제 옛말이다”라면서 “금융기관의 융자 승인 여부가 최종적으로 부동산이나 비즈니스 거래의 관건인데 대출이 안나오니까 거래가 안될 수밖에 없다”며 심란해 했다.
▶ 편법 사기성 대출 부메랑 이러한 대출 규정 강화는 수년전 관행처럼 만연했던 편법·사기성 대출의 부메랑이라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에 대출 기록이 올라가기까지 1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이용해 하나의 담보물로 2~3군데 라이오브크레딧을 뽑아 자금을 만들어 주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때는 은행들조차도 등기 순위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안쓰는데다 이미 대출된 돈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부실 대출에 대한 조사가 확대되면서 융자업계에도 지금 그 파장이 적지 않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출을 해준 고객 정보를 이용해 고객이 모르는 대출을 받아 가로챈 악덕 융자에이전트까지 있고 보니 업계에 쌓인 불신의 파장이 가라앉을 시기는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나영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