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tle knowledge is dangerous ‘라는 영어경구가 있다.’어설픈 지식은 위험하다’는 말이다. 한국속담으로 보면’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와 비슷하다.
올해 국토안보부의 국가안보 강화라는 명분에 따라 조지아주가 불법체류자의 취업을 봉쇄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요즘 홍보가 한창인 것이 인터넷을 통해 신원조회를 할 수 있도록 한 ‘이 베리파이(E-Verify)’시스템이다.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할 때 합법적인 신분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즉각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고용주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국토안보부가 불법체류자 색출의 완전한 시스템이라고 사업주들에게 널리 알려 사용하라는 이 프로그램이 합법적 이민자들까지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버려 생사람 잡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이민자 데이터베이스 오류가 4%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합법적인 체류자는 물론 미국 국적을 가진 시민권자까지 불법체류자로 입력돼 있어 취업을 거부 당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문제는 신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이민자 신분내용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데 있다. 이민자들의 생사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법을 시행하면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행부터 하고 본 꼴이다.
미국에서 가장 강한 반이민법안을 속속 상정, 통과시키고 있는 조지아주는 공공기업의 근로자는 반드시 이 시스템의 신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일반 개인사업자라도 주 정부공사나 카운티의 하청을 받는 회사들도 무조건 이 시스템의 적용을 받는다. 이로 인해 영세 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운영할 비용과 인력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어기면 비즈니스 면허를 잃거나 처벌받게 되고, 또는 언제 불법체류자 단속반이 들이닥칠 지 몰라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건이 까다로운 주 정부 공사를 따내고도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닌 게 요즘 현실이다.
더구나 운전면허 경신작업에서 드러나고 있듯 조지아주의 인터넷 네트워크 기술이 수준급이 아니어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는 한인동포들이 나올 수 있어 걱정스럽다.그래서 상공회의소와 기업들은 이 시스템이 위헌적이고, 연방이민법에도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미국인 중에서도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은 정부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에 주로 해당되지만 한인기업도 주 또는 카운티 정부와 비즈니스 계약을 할 경우 예외가 아니다.
조지아주 한인들의 비즈니스는 최근들어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인들은 청소 하청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주정부 건물에 속하는 지역 도서관, 병원, 학교 청소 하청을 받는데 이들 한인들이 고용하는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신분이 ‘이 베러파이(E-Verify)’를 통과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최근들어 조지아주를 떠나는 히스패닉계 이민자수가 부쩍 늘고 있다. 한때 애틀랜타 올드 한인타운 인근 노동시장에 아침마다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청소나 건축 일꾼 찾기가 하늘 별따기’라며 더 이상 비즈니스를 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미 남부지역의 한인사회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그나마 희망이라면 정권이 바뀌고 나서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뿐이다. 이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주 정부 등으로부터 관급공사, 하청을 수주할 수 없으니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조지아주 정부는 불법체류자를 내쫓기에만 열을 올릴게 아니라 고용과 소비 등 경제활동의 모든 요소가 고루 갖춰질 수 있도록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류종상/애틀랜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