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일의 세상 읽기] 미국 쇠고기와 한국의 맛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이 한미간에 타결되면서 한국은 반대시위로 불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대책이나 뜬소문에 휩쓸려 촛불시위에 나서는 어린 청소년들을 비롯해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게다가 연예인들까지 나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친소? 머슴이나 먹으라 그래’,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다’, ‘장관님들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를 1년간 시식해 달라’ ‘대통령이 잠이 덜깨서 그런 결정을 한 것 아니냐’ 등 대중적 동요가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식 소식에 더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영향력이 큰 연예계 스타들의 발언은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이 뒷받침이 돼야 하며, 그런 만큼 대중스타들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라 불리는 21세기에는 제 3의 맛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제 1의 맛은 가공하지 않은 원래의 맛인 소금의 맛이다. 제2의 맛은 가공한 양념의 맛으로 마요네즈나 케첩 그리고 각종 드레싱 등의 맛이다. 제 3의 맛은 발효음식의 맛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발효음식이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했다. 한국의 음식인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류, 전통음식인 식혜 그리고 전통술인 막걸리 등 한국 음식은 발효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건강 전문 월간지 ‘헬스’는 얼마 전 발효식품인 김치에는 노화를 막는 유산균과 섬유소,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주고 체중증가를 방지하는 저지방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는 연구보고를 보도했다.

이 잡지는 김치를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 그리스의 요구르트, 일본의 두부 등 콩식품, 인도의 렌틸 콩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았다. 5대 건강식품 중 김치, 일본의 콩식품, 인도의 렌틸 콩 등 3개는 아시아 식품이며 2개는 발효식품이라는 점에서 우리 전통식단의 우수성을 새삼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되면 우리의 김치는 단지 세계 건강식품 리스트에 올리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당연히 김치의 세계 식품화를 통한 한국의 국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소위 ‘LA 갈비’를 비롯한 살코기, 사골, 곱창, 꼬리, 소시지, 훈제육 등 미국산 쇠고기와 가공품이 무제한으로 한국으로의 수입이 허용됐다. 2003년 12월 광우병 발생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된 지 4년 5개월만에 다시 완전히 문이 열린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한우의 절반 내지 4분의 1가격이며, 가격에 비해 맛과 품질이 우수하여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뜻밖으로 한우 농가가 피해를 입는다는 기본 인식에다 광우병 논란까지 심화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운동에 불이 붙은 것이다.

조물주는 땅에서 자라는 식품에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풍토병이 없도록 하는 자연치유의 기능을 부여했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할 때는 한국 음식보다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LA 갈비는 분명히 값도 싸고 맛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값이나 맛도 중요하지만 세계 건강식품인 한국의 것을 애호하는 마음을 갖는 지혜가 더 소중할 것이다. 세계화는 세계의 것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것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작업임을 아는 것도 한국맛을 세계화하는 시대의 지혜가 될 것이다.

임문일/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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