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에서 예금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부각되고 있다.수년간 계속되던 은행들의 예금유치 경쟁이 올들어 부쩍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용경색 위기 및 현재의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여러 한인은행들의 예대비율(Loan to Deposit Ratio)이 100%를 훌쩍 넘어서는데다 유동성 확보는 자산건전성 개선과 함께 모든 은행들이 맞닥뜨린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이다. 대출이 활발하게 이뤄질때야 워낙에 수익성이 좋았기에 높은 이자율을 주고 예금을 모아도 수지가 맞았지만 불경기에 따른 계속되는 부실대출과 이에따른 대출채권 판매 프리미엄의 감소는 은행들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승인에 인색해진데는 부실대출에 따른 기준 강화도 있지만 대출에 쓸 현금이 예전처럼 넉넉치 않은 것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실을 다져 부실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가정하면 관건은 결국 유동성 확보에 있는 것이다. 부실대출 문제가 잡히고 유동성이 확보된다면 수익성 개선은 자연히 뒤따라 올 수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 봤을때 지난달 발표된 나스닥상장 4개 한인은행들의 1분기 실적에서 유난히 눈에 띠는 점은 한미를 제외한 나라, 윌셔, 중앙 등 3개 은행이 연방주택은행(FHLB)로부터의 차입이나 브로커CD와 같은 방법으로 유동성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이 방법들은 은행이 유동성이 급할때 가장 손쉽게 낮은 이자율로 돈을 끌어올 수 있는 동시에 이 부분을 너무 강조할 경우 힘들게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끌어오는 직원들이 회의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여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윌셔의 알렉스 고 CFO는 지난달 25일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이 심한 예금시장보다는 FHLB 차입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반면 지난해 말 5억달러에 달했던 FHLB차입을 1분기에만 14%나 줄인 한미의 육증훈 행장대행은 지난달 29일의 컨퍼런스콜에서 “FHLB 차입을 줄이는 대신 예금영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출보다는 예금 영업에 주력해 현재 109% 수준인 예대비율을 연내로 105%까지 내리겠다는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원들에게 고객들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예금 영업을 해야 한다는 은행원으로서의 본분을 강조하겠다는 뜻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유동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쟁 분위기는 왜 은행에서 예금이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FHLB 차입금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예금 유치와 빌려와서 쓰는 돈 사이에서의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다른 은행관계자는 “급한대로 FHLB 돈을 끌어 쓸 수 있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예금 부분을 너무 등한시하면 지점들에서의 마케팅이 죽게 된다”며 “높은 이자율로 예금을 주더라도 고객과의 관계설정만 제대로 되면 그 이후의 장기적인 혜택이 더 클 수 있으니 균형을 맞춘 유동성 확보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