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가에 건축대출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고 있다. 주류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던 건축대출 부문에서 최근 들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며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연쇄적인 피해가 마침내 한인은행들에서도 나타나는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상업용부동산 대출에 집중도가 높은 한인은행들에서 건축대출은 보통 전체대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마다 가격하락세가 덜한 지역에 있다거나 담보가 확실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지만 결국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게 은행들의 고민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축대출 피해 사례로는 한미은행의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나타난 2800만달러짜리 콘도미니엄 건축대출과 나라은행이 지난주 공시한 부지개발 프로젝트 대출건이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주류은행들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건축대출 문제가 한인은행들에도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은행이 지난 1분기에 부실대출(NPL)로 처리한 2800만달러짜리 콘도미니엄 건축대출건은 북가주의 오클랜드 다운타운에 위치한 것으로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이며, 다른 한인은행 2곳이 협조융자(Participation Loan)로 700만달러를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 육증훈 행장대행은 지난달 29일의 컨퍼런스콜에서 “판매가 이뤄진 유닛은 없으며 2분기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경매에 붙이던지 가격을 인하해 바로 파는 등 여러 옵션이 있어 개발사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말 현재 한미은행은 53개, 2억1500만달러의 건축대출을 내준 상태로 이 중 5개 프로젝트, 5900만달러가 NPL로 분류돼 있다.
나라은행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심한 리버사이드 카운티 인근의 코로나에 있는 부지개발 프로젝트가 문제가 됐다. 290만달러의 협조융자에 새로운 감정가를 감안한 추가 충당금이 210만달러나 될 정도로 피해가 크다. 나라은행의 한 관계자는 “단독주택 건축 대출은 3개 밖에 없는데 이번게 그중의 하나”라며 “리딩뱅크와의 논의를 거쳐 손실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대출이 문제가 되는건 주택시장 하락에 따른 수요감소 외에도 각종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원가상승과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LA카운티의 경우 지난 3월 단독주택 건축 퍼밋이 나온 건수가 356개로 전년동월의 40% 수준이며, 다가구 주택 퍼밋은 444건으로 1년전의 26% 정도에 불과하다. 그 사이 주택중간가는 43만1950달러로 26% 가량 떨어졌다. 시장이 안좋으니 아무리 대출을 잘해놔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인은행권의 한 고위인사는 “2년전만 해도 한국에서 해외부동산 투자한도액을 상향조정해 해외부동산 관심이 높아진다며 한인커뮤니티에서의 건축과 상업용부동산은 괜찮을 거라고들 했지만 이제 그런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건축 대출은 집을 팔아야 대출금을 돌려 받는데 요즘 같아서는 바이어가 있어도 모기지 받기마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