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힐리오-버진 모바일 빅딜설 왜?

미국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에서 경쟁관계인 힐리오와 버진 모바일 간에 모종의 빅딜을 예고하는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은  MVNO 시장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증거가 되고 있다.  지난 1997년 노르웨이의 SCI(Sense Communication International)에 의해 처음 시도된 MVNO는 이동통신사업자와의 원활한 상호 관계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준비과정에서 실패한 바 있다. 이는 기반 인프라를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의지해야 되는 MVNO의 특성상 인프라 제공사업자와 우호적 관계 형성이 성공의 전제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 사례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장 초기단계인 2010년에는 2,500만명까지 MVNO 가입자수가 확대될것이라는 다소 과장된 시장평가가 나와 세계적인 미디어기업인디즈니와 스포츠전문케이블방송사 ESPN 등 콘텐츠 업체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영화배우 숀 펜부터 힙합가수 퍼피 대디등 연예계 스타들까지 MVNO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앞다퉈 투자할 정도였다.하지만 오늘날 이 시장에 살아 남은 업체는 버진모바일을 비롯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생존 자체가 행운이라는 얘기까지 들리는 판국이다.

총 가입자 509만명(2007년 말 기준)으로 미국내 MVNO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버진모바일도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이루긴 했지만 올 1분기 신규가입자 수가 1만8천여명에 그쳐 31만명을 확보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못미치고 있다.

현재 1300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MVNO는 2010년까지 총가입자 규모가 1500만~1700만명에 그칠 것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한국이동통신사업의 공룡기업 SK텔레콤이 MVNO 시장에 내놓은 자회사 힐리오의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버진모바일과 추진 중인 빅딜 관련 협상은 브랜드 파워와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MVNO는 사업추진을 더욱 용이하기 위해 강력한 브랜드 구축은 잠재 가입자의 신뢰와 애정을 근간으로 고객 획득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여줌으로써 시장 확대를 용이하게 해준다.유통망의 공유 역시 비용 절감과 신규 수요창출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특히 MVNO 사업자는 유휴 주파수 대역을 기간사업자로부터 도매로 매입하기 때문에 요금 인하 요인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내 전반적인 경기 침체 및 악화된 MVNO시장환경으로 인수합병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지 의문이다. 서로 다른 모습의 두 업체의 거래는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하다. 선불 충전식 음성서비스 중심으로 젊은층과 저소득층을 공략하고 있는 버진 모바일과 음성 뿐 아니라 무선인터넷과 데이타로 얼리어텝터를 비롯한 고가 시장에 중심을 두고 있는 힐리오의 어깨동무는 여러모로 상생의 여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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