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 ‘벙어리 냉가슴’

신축 빌딩들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전략적이지 못한 점포 배치가 이뤄지는 일이 잦아지며 이 곳들에 야심차게 새 지점을 여는 은행 지점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LA한인타운은 물론 남가주 일대 곳곳에 한인은행들의 지점 오픈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여러 대형 프로젝트들의 완공이 이런저런 사유로 늦어지는 일이 늘며 은행들은 기회비용 상실과 경쟁에서 뒤쳐지는데 따른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LA한인타운의 6가와 알렉산드리아 코너에 들어서는 시티마켓 쇼핑몰이다. 이 몰과 연결된 에퀴터블 빌딩에 중앙은행 헤드쿼터와 지점이 자리잡고 있지만 정작 쇼핑몰에는 윌셔은행이 들어서게 돼 ‘한지붕 두은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을 모으던 곳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벌써 윌셔의 지점이 문을 열었어야 했지만 완공이 지연돼 내달 중순 경에야 오픈할 예정이다. 윌셔의 한 관계자는 “기회비용도 사라지고 오픈이 늦어져 계획에 차질이 생긴건 사실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한인은행으로는 처음으로 6가에 지점이 오픈하면서 인근의 업소 및 오피스들을 대상으로 한 뱅킹 서비스 제공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윌셔는 이를 위해 6가쪽으로 입점을 알리는 대형 간판을 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중앙은 윌셔 블러버드(Blvd.)쪽으로 향하고 있는 지점 위치를 에퀴터블 빌딩과 쇼핑몰 사이의 메자닌(Mezzanine)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 자리에는 본점 밑에 위치했다는 점을 적극 감안해 한인은행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첨단 ATM기계도 들이고 내부 장식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는 계획이다. 중앙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에서 이 곳을 은행을 대표하는 지점으로 꾸민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바로 뒤에 윌셔가 자리잡으니 좋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마켓 쇼핑몰의 사례야 두 은행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과 한인은행들의 지점이 6가에도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LA다운타운과 LA동부 등 2곳에 지점 오픈을 준비중인 모 은행은 지점이 들어서는 건물의 완공이 늦어져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또다른 은행의 지점은 초기 도면과 완공 뒤 내부 디자인이 너무 달라 오픈을 늦춰야 했다.

지점 바로 윗층이나 옆에 음식점이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깨끗한 이미지를 고수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새로 문을 여는 쇼핑몰에 ‘앵커 테넌트’로서 고정적인 트래픽을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데 정작 이같은 점을 감안한 건물 매니지먼트의 전략적인 부분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지는가 하면 인접한 자리에 음식점이 들어서는데 말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라며 “건물주 쪽에서도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모습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