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행장인선 6개월… 무엇을 남겼나

한미은행의 반년여에 걸친 행장인선이 유재승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으로 마무리되면서 은행 이사회의 역할론과 한인은행가의 인재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거듭 주목되고 있다. 은행 이사회의 역할이 어디까지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인은행들은 왜 인재양성에 소홀했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난 10여년간 계속돼왔지만 그 사이 변한건 크게 성장한 은행들의 규모 뿐이라는게 많은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에 가장 큰 자산규모로 한인은행가를 상징하는 한미은행이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폭락으로 시가총액에서 나라은행에게 뒤져 2위로 밀리고 행장인선도 없이 반년여간 우왕좌왕 했던 모습은 한인은행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의 행장인선 공시가 나온 바로 다음 거래일인 16일 다른 나스닥 상장 한인은행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반면 한미의 주가는 변함이 없었다는 것도 지난 반년여를 지켜봐 온 투자자들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한미가 이번 행장인선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미 이사회에 대한 그간의 여러 부정적인 시각이 결코 근거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재확인시켜 줬다는 평이다. 리딩뱅크라는 위치에 대한 인식, 은행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이사회로서 해야 할 방향 설정, 행장 부재 장기화에 따른 위기감에 대한 대처 등 이사회로서 보여줬어야 할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까지 최종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채 내부적인 의견일치를 보는 것 조차 어려움을 겪은 것은 나스닥 상장사를 이끌 전문 경영인(CEO)을 찾는 모습이 아니었다.

한미 출신의 한 은행 관계자는 “이사들간의 갈등은 물론 내부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건 아닌가 싶다. (지난 반년간 내린) 대부분의 결정에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번 행장인선 과정은 한인은행가에 행장감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한미의 윤원로 이사장은 지난 13일의 기자회견이 끝난뒤 “한인커뮤니티에서 일할수 있는 이중언어가 가능한 능력있는 뱅커를 찾기 위한 인력풀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한미유니버시티를 통해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이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 1990년대부터 계속 제기돼 왔으며 가깝게는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이 부임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미유니버시티를 시작한 것도 사실 손 전 행장이었으며, 10여년째 같은 이사들이 같은 문제로 고민한다는 현실은 결국 인재양성에 대한 준비나 노력이 부족했거나 전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인은행권의 고위직 상당수가 한미 출신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 그렇게 따지면 (한미가 합병한) 가주외환은행 출신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면 가장 뛰어난 인재는 계속 유지했어야 말이 되는 것 아닌가”

이른바 ‘한미은행 사단’에 속하는 한 은행 임원의 가차없는 비판이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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