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한국계 은행 한인은행 인수 지지부진 왜?

올초부터 많은 관심을 받던 한국내 대형금융기관의 미주지역 한인은행 인수 가능성이 시장 상황 변화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에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물론 지난해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 신주 인수계약을 체결한 하나은행에 이르기까지 한국계 은행의 한인은행 인수 움직임은 여러 경로를 통해 물밑작업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은행들간의 인수 논의가 여전히 가격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여러 상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은행들간의 M&A 논의는 별다른 진전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반년여간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바이어가 되는 한국 은행들 가운데 한인은행 인수에 적극 나설만한 사정이 되는 은행이 줄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가장 유력한 바이어 가운데 하나였지만 공격적인 영업을 지향하던 박해춘 전 행장이 물러나고 이종휘 내정자가 이사회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내정자는 최근 한국 언론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며 그간 해외진출 등에서 지나치게 속도감있게 진행된 부분이 없지 않아 검토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라 당분간 한인은행 인수에 신경쓸 겨를은 없어 보인다는게 중론이다.

커먼웰스의 지분 인수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던 하나은행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승인이 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월이면 무난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FRB의 승인이 반년 넘게 지연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하나은행의 대주주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FRB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부펀드 문제도 걸린데다 FRB는 보통 No 라는 대답을 먼저 하지 않는 편”이라며 “새로운 서류를 요구하거나 시간을 끄는 등의 방법으로 신청하는 쪽이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 은행을 제하면 남는건 신한은행이 된다. 신한은행은 최근 FRB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설립 승인을 받아내 본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지금의 시장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어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커 급하게 움직일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신한뱅크아메리카의 제프리 이 행장은 “동포 은행 및 현지은행을 눈여겨보며 물밑접촉 중”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대답만 내놓았다.
 
한인은행들에서의 변화도 눈에 띤다. 윌셔의 고석화 이사장은 지난 11일의 주주총회에서 한국계 은행과의 M&A보다는 내부 성장에 더 힘을 싣는 듯한 대답을 내놓았으며, 중앙의 김영석 이사장은 낮은 인수가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미의 경우 다음주 취임하는 유재승 신임행장 내정자가 우리아메리카은행 출신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내부적인 문제 해결이 선결과제이며 나라의 경우 M&A 전문가인 이종문 전 이사장이 지분을 그대로 쥐고 있을뿐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인은행 인수에 대한 한국계 은행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여러 한인은행들이 한국계 은행 관계자와 접촉해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지만 매번 가격이 문제가 돼 온 것은 더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이 거듭되자 ‘왜 굳이 한인은행에만 집착해야 하나’라는 회의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같은 시장상황에서 가격부터 시세보다 높은데다 이사 선임 문제까지 걸리니 누가 사고 누가 파는건지 알수 없는 상황 아닌가”라며 “20여년간 노력해 지금까지 은행을 키워온 이사들의 공로는 알지만 몇몇 문제에서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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