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미국 증시의 약세로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에서는 잠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시작된 불경기와 약달러로 해외 기업들이 M&A를 통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늘고 있지만 신용경색 위기 이후 아직까지도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미국 금융기관들의 인기는 다른 업종만 못하다고 4일 CNN머니가 전했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벨기에 기업 ‘인베브’(InBev)의 앤호이저-부시 인수, 스위스 제약회사 로체의 제네테크 인수 등 올들어 지금까지 해외 기업들이 미국기업 인수에 쓴 돈은 2,546억달러로 전년동기의 2,343억달러보다 8.66% 증가했다. 지난 7월 일본의 보험사 ‘토키오 마린’이 47억달러에 ‘필라델피아 콘솔리데이티드 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있기도 했지만 약달러와 낮은 주가로 매력이 충분한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입질이 뜸하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시장의 ‘불확실성’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분기 미국 금융기관들의 실적 결과는 주택경기 하락과 불경기가 계속되면 은행들의 장부에 남아있는 대출과 자산으로 인한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걸 보여주고 있다.
톰슨베이스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중소형 은행들의 주가는 장부가(Book Value)의 80% 선에 거래되고 있고 달러화는 사상유례가 없을 정도로 힘을 못쓰고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안정이 가장 큰 미덕인 금융기관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투자기관 ‘드레스너 클라인워트’의 아투로 프리아스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환율이 이전보다 10~15% 좋더라도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유난히 복잡하고 M&A에 소요되는 비용도 많은 미국의 법률 구조와 지난 수십년간 미국 금융기관에 투자한 해외기업들이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는 점도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기업들은 금융기관 전부를 사들이는것 보다는 일정 지분을 인수하는데 더욱 치중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는 메릴린치로부터 34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추가매입하기로 했으며, 영국의 토스카펀드는 최근 워싱턴뮤추얼과 소버린뱅콥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