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 일 ‘은행 삼국지’

미국 금융기관들의 위기는 이제 절반이 지났을 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의 ‘미쓰비시 UFL 파이낸셜 그룹’(MUFG)이 샌프란시스코에 헤드쿼터를 둔 ‘유니온뱅크오브캘리포니아’(UnionBanCal)의 잔여 지분 35%를 주당 73.5달러씩 총 35억달러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뱅크 오브 도쿄-미쓰비시 UFJ’의 지주회사인 MUFG는 이미 UBC 지분 65.4%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주당 58달러, 63달러 등 두차례의 오퍼를 거절당했었다.

이와는 별개로 중국 최대 대출기관인 공상은행(ICBC)은 이달 초 연방준비은행(FRB)로부터 뉴욕에서 현지에서 홀세일 뱅킹 영업에 대한 승인을 받아냈다. 이 지점은 우리아메리카은행, 신한뱅크아메리카 등의 현지법인이 아닌 현지 지점 성격으로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고객 기업들의 수출입 금융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중국상업은행(CMB)가 20년만에 같은 종류의 지점 오픈 승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예금 영업을 할 순 없지만 이같은 현지 지점은 미국 시장 진출의 첫단계로 간주된다.

한국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에 FRB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설립 자격을 취득하며 현지법인을 통한 은행의 영역을 넘어선 본격적인 미국 금융시장 공략을 예고하기도 했으며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을 통해 지점망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해외 금융기관의 미국 은행 인수건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동안 부를 축적한 메이저 플레이어로 떠오른 중국, 경제 부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한국 등 아시아 금융기관들에서 또다른 빅딜을 이뤄낼 가능성이 또한번 수면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서브프라임으로 시작된 신용위기로 미국 금융기관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인수합병(M&A)에 대한 매력이 높은 지금의 기회를 잡아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려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계속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다. 미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선진화된 미국시장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5년 대형 정유사 유노칼을 인수하려다 큰 반대에 부딪혀 포기해야 했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NOC)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 기업이 미국 시장을 잠식한다는 편견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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