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이 서브프라임 파고 피해간 비결은?

신용위기의 틈바구니 속에서 월가 금융기관들의 서열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JP모건의 약진이 눈에 띈다.

JP모건은 8월 28일 기준 시가총액 1340억달러로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씨티그룹(1030억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렸으며 시총 1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ㆍ1430억달러)를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까지만 해도 JP모건의 시총은 1680억달러로 씨티그룹(2540억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또 대다수 금융기관들이 제 앞가림하기에 급급했던 지난 3월에는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인수해 기존 상업 부문 외에 투자은행 부문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발돋움했다.

JP모건이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공격경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경쟁업체들과 달리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부채담보부채권(CDO)과 차입대출 등 2개 업무 분야의 자산상각 규모는 씨티그룹이 327억달러, BoA가 88억달러인 데 비해 JP모건은 50억달러에 그쳤다.

그렇다면 JP모건은 월가를 뒤흔들어놓은 신용위기의 높은 파고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CNN머니 인터넷판은 2일 “JP모건 경영진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위기관리 능력”이 JP모건의 재도약을 가능케 한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JP모건이 서브프라임 위기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한 건 2년 전인 2006년 10월.

당시 르완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윌리엄 킹(CDO 등 유동화 상품 분야 책임자)은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빌리, 서브프라임을 잘 살펴보세요. 아무래도 팔아야 될 것 같소. 종이조각이 될지도 몰라요”라는 다급한 내용이었다.

사내 핵심임원들이 고위험 CDO의 거래 규모가 지나치게 높고 서브프라임 대출의 연체비율도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보고하자 위험을 직감한 다이먼이 유동화 상품 비중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화 한 통이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JP모건을 구해냈다. 다이먼의 이 같은 위험관리 조치로 인해 당시 고정수익 채권시장에서 3위를 기록했던 JP모건은 2007년 들어 6위까지 순위가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최근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한때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불렸던 JP모건은 옛 명성을 되찾았고, 다이먼은 월가의 새로운 영웅이 됐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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