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초대형 금융위기는 50일 남은 미국 대선 판도에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내고 메릴린치가 BOA에 전격 인수되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즉각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이 문제를 최우선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역대 대선에서 결국 투표장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 오바마와 매케인 진영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금융시장 위기가 메가톤급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양측 모두 이날 즉각 이번 금융위기를 주제로 TV 정치광고까지 새로 내보내는 등 경제위기가 대선 화두로 급부상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선의 화두가 금융시장 위기로 급격히 이동하면 최근 ‘페일린 효과’로 밀리고 있는 오바마에게 반전의 호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부시 8년 실정 맹비난=월가 금융위기에 오바마 진영은 호재를 만났다.
오바마는 즉각 성명을 내고 “부시 정권 8년의 정책들이 소비자 보호를 팽개치고, 규제와 감독을 소홀히 하고,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거대한 보너스 지급을 장려하면서 중산층 미국인에게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고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오바마는 콜로라도 주 푸에블로 시에서 가진 유세에서 “이번 위기는 매케인이 지지하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맹공하면서 “더 이상 이런 실정을 빚은 공화당이 4년 더 집권하게 놔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간 여론의 외면을 받았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도 이날 미시간 주에서 가진 유세에서 매케인이 집권할 경우 ‘부시 44(제44대 대통령을 의미함)’가 된다며 부시 행정부의 경제실정을 공박했다.또 오바마 진영은 이날 매케인의 선거 구호인 ‘명예’를 빗대어 같은 제목의 TV 광고에서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 “매케인이 남긴 것은 속임수뿐”이라고 정면 공격했다.
▶매케인 금융개혁 강조=발등에 불이 떨어진 매케인 진영도 이날 발 빠르게 리먼브러더스의 깃발을 배경으로 한 ‘위기’라는 제목의 TV 광고를 내보내면서 “금융위기의 주범인 금융기관에 대해 납세자의 부담을 안기는 구제금융조치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유권자의 예금 보호를 약속했다.
매케인은 이날 플로리다 유세에서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강하다”면서 “다만 지금이 어려운 시기일 뿐”이라며 경제위기에 대한 오바마의 비판을 일축했다. 그러나 오바마 측은 즉각 이 발언에 대해 “매케인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최신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수혜자는 누구?=미국 언론들은 월가 대형 금융사들의 도미노 파산 사태가 막판 대선전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어느 진영이 수혜자가 될지는 분석이 엇갈렸다. 일단 부시 행정부 8년의 경제정책이 몰고 온 금융위기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오바마의 비판이 유권자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경제위기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 유권자들이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경험 많은 매케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워싱턴의 경험이 적은 오바마에게 모험을 걸기를 꺼릴 수 있다”며 오히려 오랜 상원의원 경험이 있는 매케인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고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