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로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기에 휩싸이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긴급유동성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신용경색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서 2001년 9.11사태 이후 최대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이날 하루 동안 300억 유로(미화 427억 달러)를 방출하기로 했으며,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단기 금융 시장에 50억 파운드(63억 유로· 미화 9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27% 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FRB, 재할인창구.국채임대대출 담보조건 대폭 완화
FRB는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 딜러들에게 재할인창구를 개방한 ‘프라이머리 딜러대출(PDCF)’에서 제시할 수 있는 담보물을 투자등급 채권으로 제한해오던 것을 3자 환매조건부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마켓워치는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epo·리포) 매매를 통해 700억달러의 유동성을 추가로 금융시장에 공급했다면서 중앙은행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의 유동성을 금융시스템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은 리포를 통해 거의 매일 유동성을 공급해오고 있지만 리먼사태로 은행과 프라이머리딜러 등의 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유동성을 공급했다. FRB는 또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경매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에 제시할 수 있는 담보채권의 기준도 크게 완화해 ‘AAA 등급 모기지 또는 자산 담보부 증권’으로 제한해오던 것을 앞으로는 모든 투자등급 채권을 담보로 제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FRB는 이번에 담보로 제시할 수 있는 채권 기준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프라이머리 딜러들과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기능이 실질적으로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번 조치는 잠재적 위험과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재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확인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검토하기 위해 시장참여자들과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우리는 미국과 다른 국제적인 감독 및 규제당국, 각국 중앙은행들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과 금융기관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시장에서는 FRB가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워싱턴/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