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스위스의 금융기업인 UBS가 작성한 내용의 보고서는 최근 무너지고 있는 투자은행들의 위기가 어디에서 오는 지를 짐작케 한다.
UBS는 1912년 설립된 스위스연방은행(UBS)과 1872년 설립된 스위스은행(UBS)이 1998년 합병하면서 탄생한 스위스의 금융그룹이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으로 유명한 UBS는 미국의 주택저당증권(MBS)에 투자했다가 올해 초 무려 380억 달러의 손실을 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다.
UBS는 20명의 변호사를 동원해 내부조사를 진행, 4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이 보고서의 내용은 최근 서브프라임의 부실로 위기를 맞고 있는 모든 금융회사들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보고서는 UBS의 내부에서 성장 제일주의를 내세운 투자은행(IB)부문의 과욕, 그리고 리스크 관리에 대한 허술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상품을 운용, 고정 수익에 치중하다 보니 경쟁회사들에 밀린다고 본 UBS는 IB부문을 통해 구조화채권 등 파생상품 투자에 집중, 위험을 감수한 고수익을 추구했다. 이런 고수익 투자를 전담한 것은 첨단 금융공학의 귀재라고 불리는 소수의 파생상품 전문가들이었다.
처음에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자 이들은 회사내에서 크게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지자 UBS내부에 고작 35~40명에 불과한 한 부서에서 2007년 한해에 무려 12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사실이 드러나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 줬다. 이 손실은 그해 UBS의 전체 손실의 3분의2에 해당하는 규모다.이들이 주로 투자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은 ‘AAA’ 등급으로 평가돼 손실위험이 극히 낮은 것으로 간주됐고 따라서 상황이 극도로 나빠질 때까지도 실제 위험성은 전혀 간파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일부 파생상품은 회계장부에도 기재되지 않아 부실화될 때까지는 문제가 외부에 일절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영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 가운데 5위인 베어스턴스가 올해 봄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데 이어 4위인 리먼브러더스가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3위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중에 들어갔다.콧대 높기로 유명한 이들 투자은행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연관 파생상품에서의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UBS의 사례에서 보듯 금융회사 내부의 통제시스템의 부재와 감독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느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열중하는 수천명의 직원들이 고작 연 3~4%의 수익률을 올리는데 비해 소수로 구성된 팀에서 파생상품을 취급하면서 초단기간에 30~40%의 수익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최고경영자들도 리스크 노출을 눈감았고 내부 통제기능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의 규제와 감독을 받는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투자은행들은 느슨한 규제와 감독 속에 상대적으로 큰 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이 때문에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158년 전통의 리먼브러더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