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전문직 종사자 L씨는 2년 전부터 찾아온 노안 때문에 한동안 작은 글씨체를 알아보는 게 여간 버거운 게 아니었다. 부하 직원에게 신문을 대신 읽게 했을 정도다. 그러던 그가 두어달 전 희한한 경험을 했다. 원래 근시라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오던 그는 렌즈가 다 떨어지자 한 쪽 눈엔 평소 끼던 렌즈를, 다른 한 쪽 눈엔 집에 묵혀뒀던 도수 낮은 렌즈를 꺼내 착용했다.
그랬더니 흐릿하기만 했던 신문 글씨가 선명히 눈에 들어온 것이다. 먼 거리도 여전히 잘 보였다. 그 후론 일부러 한 쪽 눈엔 도수 낮은 렌즈를 끼고 다닌다. 우연이긴 하지만 L씨처럼 한 쪽 눈에 일부러 근시가 남도록 하면 실제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원리를 이용한 ‘모노비전(monovision)’이란 시력교정 방법이 노안교정술의 하나로 보편화 돼 있다.
모노비전은 주시안(멀리보는 데 주로 쓰는 눈)은 정확한 시력으로 교정하고, 비주시안(가까운 사물을 보는 데 주로 쓰는 눈)은 일부러 -2 디옵터 정도의 근시로 교정함으로써 가까운 사물과 먼 사물을 다 잘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얼핏 생각하기엔 양 눈의 시력 차가 있어 어지러울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처음 한동안 어지럼증을 느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두뇌가 두 안구의 인식 차이를 조정해 근거리와 원거리를 모두 선명하게 보도록 해준다. 적응에 필요한 기간은 짧게는 수술 직후에서 길게는 수개월 정도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 7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 최근 한국에도 도입된 ‘커스텀뷰 노안교정술’은 이런 모노비전의 장점을 살리되 라식처럼 레이저로 각막을 절삭해 노안을 교정하는 첨단 시술법이다.
박영순 국제노안연구소 소장(박영순아이러브안과 원장)은 “커스텀뷰 노안교정술은 양 눈을 차별해 교정함에도 수술 후 본인이 양 눈 시력 차를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잘 보이며 FDA 임상실험 결과 만족도도 97% 정도로 매우 높게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40대 나이면 노안 증세가 진행된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보는 등 가까운 사물이 점점 흐릿하게 보이게 되므로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 그래서 노안은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돋보기를 휴대하거나 노인 티가 팍팍 나는 다초점렌즈 안경을 쓰고 다니는 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외양상 티가 안나는 노안용 콘택트렌즈도 나와 있지만 젊어서부터 콘택트렌즈에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면 관리가 어려워 인기가 별로다.
이처럼 노안용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거추장스런 사람은 각막을 절삭해 시력을 교정하는 노안교정술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주천기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가장 최근에 나온 노안교정술인 커스텀뷰 노안교정 수술을 고려하는 사람은 수술전 1,2주 가량 모노비전 방식의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상태로 일상 생활을 체험하고 적응 여부를 따져보게 되므로 수술 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런 시술법도 모든 노안을 교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시를 교정하는 라식 수술을 이미 받은 후엔 이 시술을 받기 곤란하다.
노안 교정과 더불어 백내장이 있어 인공수정체를 이식해야 하는 경우는 당연히 교정용 인공수정체인 리스토어렌즈와 리줌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글 조용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