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톱 드러낸 버핏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탐욕스러워져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사진)이 평소 지론대로 월가가 패닉 상태에 빠진 틈을 타 유동성 위기에 있는 기업을 발 빠르게 집어삼켰다.

18일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계열사인 미드아메리칸에너지를 통해 급매물로 나온 미국의 원전업체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그룹을 47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6달러50센트로 1주일 전 주가의 절반 수준에 싸게 사들였다. 버핏의 기업 인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8번째로 그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다른 기업들이 모두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알짜 기업을 싼 값에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연거푸 기업을 사들여왔다.

미국 원전 발전 물량의 61%를 차지하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상품거래사업이 부진하면서 주가 폭락 사태를 맞자 16일 급하게 인수대상을 찾기 시작해 17일 오전 버핏 측과 협상했다. 같은 날 콘스텔레이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전력회사 EDF도 5억달러 급전 수혈을 약속하며 인수 협상에 뛰어들었지만 18일 열린 콘스텔레이션의 이사회에서 버핏의 회사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사회 임원들이 가치투자자인 버핏을 더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특히 최근 에너지기업 지분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버핏의 투자 성향을 반영한다.버핏은 미국의 또 다른 원전기업인 NRG에너지의 지분을 지난 6월 말 기준 1.3% 사들였다고 신고했고, 지난 2002년에는 천연가스업체인 윌리엄스에 9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같은 해 릴라이언트에너지 기업에도 긴급 자금을 수혈해줬고, 최근에는 골드먼삭스가 텍사스의 전력업체인 TXU를 매입하는 데 21억달러를 투자했다.시장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막대한 현금(6월 말 현재 312억달러)을 쌓아놓고 기업 사냥을 준비해온 버핏의 투자 퍼레이드가 최근의 월가 금융위기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버핏은 올 들어 지난 3월에는 마몬홀딩스와 프리츠커 패밀리가 운영 중인 125개 기업을 45억달러에 인수했고, 4월에는 초콜릿 과자 제조업체인 마스가 추잉검 제조업체인 윙글리주니어를 인수하는 데 65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7월에는 다우케미컬이 154억달러에 롬앤하스를 인수하는 데 30억달러를 투자했다.

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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