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조선왕조부록’에서 뭇 선배들의 ‘싸대기’를 때리던 개그맨 박지선(왼쪽). 그는 어느새 신인티가 사라진 어엿한 차세대 여자 개그맨 기대주로 떠올랐다.이젠 ‘개콘’뿐만 아니라 여러 예능프로 초대손님으로도 활약하기 시작했다. 2007년 데뷔한 신인으로선 이례적인 급상승세다. 그녀는 아직 리허설 또는 녹화 도중 여기저기에 불려 다니는 개콘의 막내다. 준비물 챙기랴, 무대 위에서의 동선 맞추랴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개콘 녹화가 끝나니 이번에는 마침 그날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는 김병만을 응원하러 시상식장에 가느라 바쁘다.
박지선은 “막내라 일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녹화하느라 정신이 없어 인터뷰 약속을 잘 잡지 못한다”며 미안해 했다.
대학(고려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개그맨 응시하기 전엔 노량진의 임용고시 학원을 다니며 선생님의 꿈을 꿨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어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해볼까 하던 중에 개그맨 공채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부모님은 자신의 ‘변심’을 뜻밖에도 일찍 수긍했다. 그 이후론 개그맨의 길까지 일사천리였다. 시험장에 가보니 시험을 위해 공을 들여 분장을 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평소 차림으로 나선 지선은 “개그의 경험이 없으니 편하게 하자”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도 산다는 걸 보여주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결과적으로는 500여명의 응시자들 중 평범한 차림으로 나타난 박지선이 오히려 눈에 띄었다.
개그맨 시험장에서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별로 잘한 게 없었다. ‘무슨 개그를 했느냐’는 질문에 민망한지 “별게 없어요”라며 손사래만 친다. 박지선의 말대로라면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개그맨의 끼’를 보인 적도 없다.
’모 아니면 도’라며 응시한 개그맨시험에서 보기 좋게 합격한 그녀는 2007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한다. 생방송 시상식장에서는 수상 소감으로 개그맨 동기인 “박성광을 좋아한다”고 고백해 화제를 낳았다.
박성광을 좋아한 이유를 물어봤다. “옛날에 저한테 잘해줬거든요. 잘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박성광과 함께 출연한 퀴즈 프로그램에서는 마지막에 혼자 남아 상금 700여만원을 탔다. 상금 탄 기념으로 지인들에게 ‘쏘고’ 다니느라 적자다.
”한 500만원 받아야 되는데 그동안 쏘고 다니느라 1000만원은 나간 느낌이에요. 근데 더 문제인 건 돈이 아직 지급이 안 됐어요.”
조선왕조부록은 그 당시 코너가 없는 개그맨들끼리 모여 있다가 ‘뭔가 해보자’며 만들었다가 고정코너로 자리잡았다. 가족처럼 지내는 그들이 늦어도 한참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니 “인터뷰가 너무 어수선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박지선은 다시 따라 나섰다.
막 내리는 조선왕조부록의 녹화장에서 “나는 다음 코너 이미 짜 뒀다”고 큰 소릴 쳤지만, 식당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에는 새 코너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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