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로부터 원작을 취한 영화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만화, 소설, 뮤지컬, TV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들이 대거 선을 보였거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아이언맨’과 ‘다크나이트’가 출판만화 원작 슈퍼히어로 영화의 위력을 전 세계적으로 입증했으며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섹스 앤 더 시티’와 ‘엑스파일:나는 믿고 싶다’도 선을 보였다. 이어 9월 극장가에는 뮤지컬 원작의 ‘맘마미아’, 일본 출판만화 원작의 ’20세기 소년’, 일본 TV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꽃보다 남자’,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영화인 ‘미러’(‘거울 속으로’)가 관객을 찾아왔다.
강력한 원작을 가진 작품으로는 외화가 두드러지지만 개봉 앞둔 한국영화도 알게 모르게 다른 장르로부터 소재를 수혈받은 경우가 꽤 있다.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는 일본 작가 다이라 아스코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손예진 김주혁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동명의 인기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이들 영화의 목표는 단 하나다. 원작을 뛰어넘는 것, 흥행도 작품성도 ‘청출어람’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없다. 규모와 물량, 이름으로 승부한다=’맘마미아’와 ’20세기 소년’은 걸출한 원작을 가진 영화의 고민과 난점, 해결방식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스웨덴의 유명 그룹 아바의 노래 22곡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1999년 런던에서 초연돼 지금까지 160개국에서 3억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이 대단한 흥행작을 어설프게 재구성하거나 재창작하는 대신 ‘원작 그대로 훼손율 0%’를 고수했다. 노래만 18곡으로 줄였을 뿐 스크린 속 시공간은 단지 공연 무대를 실재하는 장소와 시대로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다.
원작의 뼈대를 그대로 두는 대신 규모와 물량으로 화려하게 치장했고 이름 높은 스타들로 출연진을 짰다. 5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그리스 3개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았으며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등 호화캐스팅을 자랑한다.
일본 영화 ’20세기 소년’도 ‘원작 그대로’를 고수했다. 한 무리의 소년소녀들이 장난삼아 썼던 황당한 ‘예언서’가 훗날 끔찍한 현실이 돼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시간배경이 1960년대 말에서 2018년에까지 이르고 세계 각지의 도시들이 등장하는 대작 SF다. 3부작으로 기획돼 이 영화는 매 장면이 만화의 컷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원작에 충실하다. 규모와 물량을 투입해 만화적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단행본 22권에 주요 등장인물만 수백명에 이르는 작품의 스케일을 몇 시간짜리 영화에 옮기다 보니 생략과 비약이 과감하고 속도가 빨라 원작의 팬들이 아니면 호흡을 따라잡기 어렵다.
▶원작의 ‘재구성’,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도박=원작의 설정은 빌려오되 낱낱이 뜯어낸 뒤 뼈대와 살을 다시 만들고 옷을 새로 입혀 또 다른 작품으로 재창작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해볼 만한 도박이다. 한국이나 할리우드나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들은 대부분 원작을 출충하게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연극과 만화 원작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최고 흥행작은 ‘이’를 스크린에 옮긴 ‘왕의 남자’다. ‘웰컴투동막골’과 ‘살인의 추억’(원작 ‘날 보러와요’)도 연극에서 소재와 주요 설정을 가져왔지만 영화는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연극의 영화버전이 아닌 독립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국내 영화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년간 일본 만화와 소설의 판권구매가 붐을 이뤘는데, ‘미녀는 괴로워’와 ‘올드보이’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원작으로부터는 아이디어만 빌려왔다고 할 만큼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의 원작 장르를 보면 할리우드와 한국영화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할리우드는 원작의 장르가 훨씬 다양하다. 또 TV 시리즈와 뮤지컬,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이 많다. 반면 한국은 TV 드라마 시리즈로부터 유래한 영화가 ‘올드미스다이어리’ 극장판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고 옛 작품의 리메이크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흥행사를 쓰고 있는 ‘다크나이트’가 원작이 있는 영화로는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거뒀고, TV 시리즈로는 ‘미션임파서블2′가 인기를 누렸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