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의 주부 A씨는 지난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유방절제 시술을 받았다. 그 후 몇 차례 항암제 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병에 대한 고통은 사라졌다. 하지만 없어진 한쪽 가슴은 그에게 깊은 우울증을 남겼다.
A씨는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으로 변했다. 남편과 가족은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이해해줬지만 자괴감 탓에 부부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중목욕탕, 사우나 등 여러 사람 앞에서 몸을 드러내야 하는 곳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A씨만 유난히 힘들어하는 게 아니다. 유방은 아기에게 모유를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여성스런 몸매를 이루는 기능도 갖는다. 더 넓게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가슴은 여성에게 각별한 신체부위다. 이런 까닭에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그저 유방이 아닌 여성성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빠지기 쉽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하던 과거에는 환자들이 이 같은 정신적 부담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10%가량이 재건술을 선택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방절제 상실감 덜어주는 유방재건술
유방재건술이란 유방암 등 후천적인 질병 때문에 유방을 절제했거나 선천적으로 유방이 없는 환자에게 유방을 새로 만들어주는 수술을 가리킨다.
그러나 선천적인 이유보다 유방암으로 인한 유방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유방암 재발 가능성이 적고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진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전제다.유방재건술은 보형물이나 자가조직으로 유방의 모양을 형성한 뒤 한두 달 후 유두, 유륜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직후나 수일 내에 재건하는 ‘즉시 유방재건술’은 모양이 자연스럽고 정신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만 환자가 젊고 1, 2기 조기 유방암이어야 효과가 좋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지 6개월에서 수년 후에 이뤄지는 ‘지연 유방재건술’은 재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낄 시간적 여유가 있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상달 유방클리닉협회 기획이사는 “해마다 1만 명가량 발생하는 유방암 신규 환자 중 6000명 가량이 절제술을 받는다. 그중 10% 정도만 재건술을 받고 나머지 90%는 유방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전체 환자 50%가량이 재건술을 받는다”고 비교했다. 이 이사는 국내에서도 재건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재건술을 받는 유방절제술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적 수술보다 마음의 치료가 더 중요
유방재건술은 환자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충격과 열등감, 암에 대한 공포심을 덜어주는 좋은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암 치료가 우선이고 재건은 그 다음이다. 서울대 외과 유방내분비외과 분과장 겸 유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노동영 교수는 “유방암은 작은 암 덩어리 하나라도 제거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흉터가 생긴다”며 “재건술을 받는다 해도 원래 모습대로 완전히 복구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형에 집착하기보다 오히려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정신적인 안정에 힘쓰는 것이 좋다. 서울대병원은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지완화요법’이라는 행사를 통해 요가 강습과 웃음치료, 정신과 상담을 해주고 있다. 노 교수는 “자궁암, 난소암 등 다른 여성암과 달리 유방암은 외모 변화가 눈에 드러나기 쉬워 환자들이 대중목욕탕을 잘 찾지 못한다”면서 “주변에서 환자들의 외모를 의식하고 쳐다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며 주변에서 환자를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용직 기자
<도움말: 노동영 서울대 외과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이상달 유방클리닉협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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