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저축은행으로 군림하던 워싱턴뮤추얼(이하 와무)의 119년 역사가 JP모건체이스를 종착지로 막을 내렸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 사례였으며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점 외에도 와무는 세계경제를 통째로 흔들고 있는 지금의 금융위기에서 위험에 처한 은행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와무의 감독국인 저축기관감독청(OTS)에 따르면 와무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신청 소식이 시장을 강타한 지난 9월15일부터 열흘간 전체 예금의 9%에 달하는 무려 167억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가며 더이상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OTS는 결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이례적으로 목요일에 은행을 폐쇄한 뒤 단돈(?) 19억달러에 은행을 JP모건체이스에 넘겼다. 지난 6월말 기준 자산규모 3070억달러, 예금고 1883억달러에 15개주 2239개의 지점에서 4만3198명의 직원을 거느리던 워싱턴뮤추얼의 신화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1889년 설립된 와무는 1990년대 케리 킬링거 전 행장의 취임과 함께 공격적인 영업으로 유명세를 탄 은행이다. 전국 곳곳에 지점이 자리를 잡았고 1996~2002년 사이 다수의 은행을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2005년부터는 크레딧카드 사업도 시작했다. 한순간에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치게 된 와무의 위기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된 2006년 말부터 시작됐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데도 영업이 지속되던 지점망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고 불경기에 취약한 서브프라임, 옵션ARM 모기지 등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손실이 계속됐다. 2600명 감원, 190개 주택대출센터 폐쇄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불어나는 손실을 메꾸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인디맥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안전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의 예금 인출 행렬이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와무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있는 상황이었다. 161억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에 홈에퀴티대출(HELOC) 534억달러, 크레딧카드 106억달러 등에 돈이 묶여 있었고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말까지 기록한 순손실만 61억달러에 달했다.
와무 경영진은 파산 당일까지만 해도 워싱턴DC와 뉴욕을 돌며 매각 또는 회생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JP모건은 물론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이 당시 와무의 깊숙한 곳까지를 모두 들여다본 뒤 인수의사를 제시하지 않은 건 와무의 재정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
와무 경영진은 마지막 방법으로 몇몇 사모펀드를 찾아가 인수의사를 묻기도 했지만 끝이 너무도 뻔했던 와무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곳은 전무했다. 이 협상마저 무산된뒤 뉴욕발 비행기에 몸을 실은 와무 경영진이 시애틀에 도착했을때 와무는 이미 파산조치된 뒤 JP모건이 손에 넘어가 있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