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판도 재편] JP모건 ‘위기가 기회’

지난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를 전격 인수했던 JP모건체이스은행(이하 JP모건)이 워싱턴뮤추얼(와무)을 헐값에 사들이며 현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번 딜로 JP모건은 9110억달러의 예금고에 5000개 이상의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추게 됐으며, 꾸준한 신규 이민자 유입으로 시장성이 높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시장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조지아, 아이다호, 네바다에 새로 진출하게 되며 전국에 깔린 ATM기기가 1만4300개, 체킹구좌 수는 2450만개가 된다.

지난해 연례 주주총회에서 제임스 다이몬 JP모건체이스 회장은 플로리다에는 지점이 없어 거래하기 힘들다는 한 고객의 불평에 “나도 그 사실에 매우 화가 난다. 이제 곧 JP모건체이스의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기가 올테니 나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대답했다. 고객에게 한 그의 약속은 1년여만에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와무에 주당 4달러의 인수제안을 냈다 거절당해 상한 자존심도 모두 회복됐다.

JP모건의 와무 인수가 가져오는 최대 장점은 보다 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규모가 커지며 따라오는 효율성 제고와 지점망 확충에 따른 안정적인 예금이 은행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하게 되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JP모건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따르면 JP모건은 와무 합병으로 5410개의 지점을 보유하게 돼 6138개의 지점망을 가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이은 2대 은행이 된다.

단 3개 뿐이던 캘리포니아 지점이 691개로, 13개이던 플로리다 지점은 274개로, 1개뿐이던 워싱턴 지점은 188개로 늘었다. 이로 인해 뉴욕시, 시카고, 댈러스, 휴스턴, 피닉스 등에서 예금시장 점유율 1위로, LA에서는 13.1%의 점유율로 2위에 등극하게 된다.

합병에 따른 여러 시너지효과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행 수익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고수입자들을 중심으로 영업하던 JP모건의 특성에 서민 영업이 중심이던 와무가 합쳐지며 두 은행의 장점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베어스턴스 인수로 IB영업이 강화된 것에 와무가 더해지며 기업금융, PB영업, 일반 소매금융, IB 등 전부문이 세계최고 수준이 되는 초대형 종합금융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직원 재배치가 마무리되고 두 은행이 갖고 있던 영업 특성이 합쳐지고 나면 내년에는 주당 0.50달러, 2010년에는 0.60달러, 2011년에는 0.70달러를 더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JP모건체이스는 인수한 은행과의 전산 시스템 통합에 중점을 두는 몇안되는 대형은행이다. 다이몬 회장은 3년전 JP모건에 합류하자마자 은행의 분위기를 개선하고 컴퓨터 시스템을 재정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경쟁은행들이 서브프라임으로 큰 수익을 올릴때도 그는 안정성을 거듭 강조했으며 유명 건축설계사를 고용해 지점 내부 디자인에도 혁신을 기해 호평을 받았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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