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권 등 떠밀린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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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금융위기가 복잡한 다단계 구조로 악명 높은 미국 은행권을 급속히 재편하고 있다.

미 전역에 산재한 중소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대형 상업은행과 소규모 소형 은행만 살아남는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상업은행의 예금 규모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가장 많고, 이어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이른바 ‘빅3’가 미국 전체 은행 예금의 21.4%를 차지했다.

이번 위기로 BOA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를, JP모건체이스가 워싱턴뮤추얼을, 씨티그룹은 와코비아의 은행영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이들 인수 회사의 예금보유액을 추가하면 빅3의 예금 비중은 31.3%로 급등한다. 미국 전체 은행 예금의 3분의 1 이상을 빅3 은행이 장악하는 시대가 온 것.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지역별로 중급 규모의 은행과 소규모 은행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특이한 구조를 보여왔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대형 은행과 수천개의 소형 은행만 살아남고 중간 규모의 은행들은 없어질 것으로 전망해왔지만 그동안 저금리 호황 덕분에 은행업의 구조 개편은 더디게 진행돼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최근 몇 주간 진행된 금융위기로 미 금융산업에서 수십년간 이뤄질 합병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면서 중간 규모의 은행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자금 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는 극심한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금융회사들이 위기를 돌파할 자금을 구할 방법이 막혀 버린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융 파동으로 미 전역의 4000여개 은행 중 1000여개가 2년 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중급 은행들의 몰락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주식시장에서는 클리블랜드 소재 내셔널씨티코프와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피프스 서드 뱅코프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애틀랜타에 있는 소버린 뱅코프는 72%나 폭락했다

여기에 미 의회가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부결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상황이므로 시간이 갈수록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금융산업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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