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주 빌럭시에 거주하는 그레이스 페이스(72)는 남편과 함께 수 년전 지역은행의 주식을 매입했고 그 배당금으로 수입의 3분의 1을 충당하면서 살아왔다.
이 은행은 시간이 가면서 인수.합병(M&A)을 거듭해 와코비아 은행에 인수됐고 최근에는 씨티그룹으로 넘어갔다. 물론 배당금을 기대하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주가도 폭락했고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집을 팔아야 할 처지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페이스와 같은 상황에 놓인 가정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면서 금융위기가 수년간 또는 수 세대에 걸쳐 은행주식에 투자해온 ‘충성심 강한’ 개인투자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 중산층이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선택한 투자대상이 해당지역의 은행이었고 지역은행의 주주라는 자부심이 확산됐다.
대공황 이후 수십 년간 금융주들은 번성하는 서비스산업의 핵심축으로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왔고 은행들은 현재 고임금의 직원 22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상태다.
톰슨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6월 현재 개인과 소규모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금융회사 주식은 약 7천500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1년 뒤인 지난 6월 말 현재 이들의 주식가치는 3천800억달러가 떨어지면서 반 토막이 났고 그 이후로도 주식가치의 하락세는 지속됐다. 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주식의 배당금은 53%인 350억달러가 감소했다.
이중 대략 4분의 1가량을 소규모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치면 이들이 받던 배당금은 88억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은퇴자들이 수입 대부분을 장기투자에 따른 배당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년층 은퇴자들의 타격도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은퇴 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후계획과 함께 퇴직후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준비했던 자금으로 은행주식에 투자한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배신감과 분노도 고조되고 있다. 7천억달러를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사주려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일반 국민이 강한 반감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부친의 지역은행 주식투자로 수만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 테네시의 은퇴한 산부인과 의사 시드니 베리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경영실패를 자초한 은행 경영진을 비난하면서 “그들이 주주들의 많은 돈을 가져가 버렸다”고 말했다.
뉴욕/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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