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서 현실로’

미국 하원이 3일 구제금융법을 통과시켰지만 뉴욕 증시가 하락하고 국제유가와 금값도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우려가 구제금융법 통과 여부에서 경기침체로 이동하고 있다.

구제금융법이 신용위기를 바로 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가 약화되면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공포에 이어 경기침체 공포가 새로운 난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연방 하원은 지난 3일 구제금융법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3표, 반대 171표로 가결했다. 상하원을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돼 곧바로 서명이 이뤄졌고, 즉각 발효됐다.

◇ 커지는 경기침체 공포…금리 인하 예상
구제금융법 통과에도 증시와 유가 등이 하락한 것은 그동안 구제금융법 처리 여부에 이목을 집중했던 시장이 이제는 경기침체 걱정으로 시선이 돌아간데 따른 것이다. 금융구제안 통과 전만 해도 300포인트 가량의 상승세를 보였던 다우지수가 통과 직후 하락세로 돌아서고 유가도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마감한 것도 이런 시장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연방노동부는 지난달 미국에서 일자리가 15만9천개 감소, 2003년 3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9월의 실업률은 6.1%로 전월과 같았지만 구직활동을 단념한 노동자를 포함한 실업률은 10.7%에서 11%로 높아져 1994년 4월 이후 1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일자리 감소 규모는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0만명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제조업 경기나 소비가 악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지표 가운데 핵심인 노동지표가 이처럼 나빠지면서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는 9개월 연속 감소해 올해 들어 사라진 일자리가 모두 76만개에 달했다.

신용위기 속에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파산도 급증하고 있다.주피터 이소스가 집계한 법원전자기록 데이터에 따르면 9월에 파산신청을 한 미 기업수는 5천813개에 달해 1년전보다 67%나 늘어났다. 기업과 개인을 합친 파산신청은 9만6천49건으로 42% 증가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파산신청은 79만9531건으로 32%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번 구제금융법 통과 이후 후속 조치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모하메드 엘 에리안 CEO는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이제 일련의 또 다른 정책적 발표와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유력한 조치중 하나가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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