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7일 단기 기업대출 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어음(Commercial Paper·C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자금을 대출키로 했다.
FRB는 지금까지 시중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에 한해서만 유동성을 지원해왔으나 기업을 상대로 CP매입 방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이는 미국내 단기자금 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정도로 위기에 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FR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재무부의 승인을 얻어 CP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3개월물 무담보 CP를 매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재원은 재무부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으로 조달될 예정인데, 정확한 기금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CP매입 방식은 재무부의 재원으로 설립된 SPV가 CP를 매입하면 FRB는 해당 CP를 보증으로 삼아 SPV에 자금을 대출, 기업에 자금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해당 CP를 발행한 기업이 파산할 경우 SPV가 손실을 전부 떠안는 구조여서, FRB에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지는 않는다.
SPV는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 한해 CP를 매입할 예정이며, 이런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취수수료를 받고 CP를 매입키로 했다.
CP는 기업들이 직원급여와 자재구입 등에 필요한 단기 운영자금의 조달 수단으로 발행하고 있으나 최근 신용경색으로 투자자들이 CP 매입을 꺼리면서 CP의 신규발행은 물론 기존 CP의 차환발행도 어려워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FRB가 CP를 매입하면 기업의 자금난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며 금융시장 전반의 경색 현상에도 다소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FRB는 성명을 통해 “CP발행 물량이 크게 줄고 장기물 CP의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면서 “발행된 CP의 차환발행이 매일 순조롭게 이뤄져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시장개입 배경을 설명했다. FRB는 연방준비은행 이사회에서 이 프로그램의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CP 매입을 내년 4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내에서 CP의 하루 거래규모는 994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누적발행 규모는 한때 2조2천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신용경색 현상으로 인해 발행물량이 급감하면서 최근 1조6천1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워싱턴/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