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아나운서, 기자의 세계를 그리는 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다. 방송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너무 많다. 지난 5월 종영한 SBS ‘온에어’와 7월 끝난 MBC ‘스포트라이트’가 각각 드라마 제작과 기자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룰 때만 해도 소재의 신선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방송가 소재의 드라마가 너무 양산되고 있다. 오히려 식상해질 정도다.
SBS ‘유리의 성’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윤소이는 아나운서, 김승수는 앵커로 각각 나온다. KBS ‘내사랑 금지옥엽’에도 여주인공 이태란과 윤해영은 라디오 PD와 라디오 작가로 출연하고 있으며, 라디오 DJ의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MBC ‘내인생의 황금기’에도 신성록이 맡은 교양 PD들이 근무하는 방송국이 이야기의 한 배경이다.
오는 27일 방송될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 제작 현장을 생동감 있게 그릴 예정이다.
일찌감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캐스팅된 송혜교와 현빈은 여기서 각각 드라마 PD를 맡았다.
최근 종영한 KBS ‘태양의 여자’도 여주인공 김지수는 아나운서 겸 토크쇼 진행자로 방송 내내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비중이 매우 높다.
방송가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아진 것은 현대 멜로극이 더 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어떤 직업을 가져도 결국 그 직업공간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되곤 했던 현대 멜로극의 거품이 빠지면서 전문직 드라마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등 의학 전문 드라마에 이어 방송 소재 드라마가 유행이 됐다.
방송 소재 드라마들은 아예 방송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하거나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라 하더라도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수준은 아니다. ‘태양의 여자’는 아나운서라는 직업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문직 드라마는 아니지만 FM 라디오 프로그램과 토크쇼의 제작과정과 기획 회의 등은 전문직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이처럼 방송계를 다루는 드라마들의 범람에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실제로 일하는 곳이라 기획과 제작이 쉽다는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 방송 드라마들이 새로운 장르 드라마로 가능성을 높이고는 있지만 쏠림현상은 시청자를 질리게 만들 수 있다.
SBS 허웅 드라마 CP는 “방송가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아진 감이 있다”면서 “같은 방송계를 담더라도 스토리텔링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