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진실 ‘달동네가족극’ 만들려했다

 고 최진실은 생전에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품에서 달동네 가족극 드라마 시놉시스가 나왔고, 실제로 제작사를 찾아가 제작 절차를 문의하고 조언을 구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진실은 KBS 드라마 ‘장밋빛인생’(2005년)에 출연하기 전인 2004년쯤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을 찾아가 자신이 직접 쓴 드라마 시놉시스(제목 ‘사노라면’)를 보여주며 드라마 제작에 관한 열의를 보였다.
 당시 최진실과 함께 드라마 제작을 추진했던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이사는 23일 “최진실 씨가 보여준 시놉시스는 기승전결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우리 쪽에서도 작가를 붙여 대본작업을 진행하다가 ‘장밋빛인생’에 출연하는 바람에 미뤄놓았다”고 밝혔다.
 시놉시스의 내용은 60, 70년대 서울 근교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가족극이다. 고인의 삶과도 많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가족을 이끄는 아버지는 조합장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묘사돼 있다. 이 가족의 소소한 일상적 이야기를 담으면서 가족도 조금씩 변해가는 게 시놉시스의 주축을 이룬다.
 최진실은 당시 주인공에는 신세대 배우 중 누구를 캐스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안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은 주연이 아닌 조연을 맡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박 이사는 “당시 지상파 드라마는 재벌 2세와 외제 자동차, 압구정동 문화를 보여주는 내용 일색이었다. 하지만 최씨는 서민적인 이야기를 들고 나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서울 근교에 달동네 세트를 짓기로 했고, 선경 스마트 등에서 협찬도 받으려고 했을 정도로 드라마 제작이 많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이사는 “최씨가 시놉시스를 들고 이 아이템 어떠냐고 했을 때만 해도 배우나 하지 뭐하러 힘들게 제작까지 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연기 틈틈이 대본까지 써가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열정을 키워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진실은 당시 친구인 이영자와 함께 ‘섹스앤더시티’류의 드라마도 한 편 기획을 했으나 지상파 드라마 소재로는 부적절하다는 방송사의 입장을 전해듣고 포기하기도 했다.한편, 지난 2일 아침 자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최진실의 묘가 있는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에는 매일 100~150명의 조문객이 이어지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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