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젠 주택시장 대수술

‘주택 차압 방지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책’이라는 점에서 향후 실물경제 동향과 관련해 큰 관심을 모은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 정부는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마련하고 공적 자금으로 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등 줄곧 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가운데 위기의 근본 원인인 주택시장 안정 없이는 경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부시 행정부가 ‘중대 결심’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 재무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은 최대 300만건, 6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주택 대출)에 대해 가구주(주택 대출자)들의 상환금액을 향후 5년간 하향조정해 이들이 상환 불능으로 집에서 쫓겨나는 사태(차압)를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은행과 저축대부업체, 투자펀드, 헤지펀드 등 모기지업체들이 가구주의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 조건을 변경해주는 대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실은 정부가 떠안는 방식이다. 정부는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비용 규모를 400억~500억달러 수준으로 보고, 7000억달러 구제금융에서 이를 충당할 계획이다.

그동안에도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가구주들의 대출 조건을 변경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으나 모기지업체들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실 규모 때문에 선뜻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가 잠재 부실을 보증해주기로 한 이상, 모기지업체들도 부담을 덜게 됐다.다만 미국의 경기 악화로 대출 조건 변경 이후에도 채무 불이행자가 속출할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미 정부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재무부 대변인도 “백악관과 ‘주택 차압 방지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협의된 내용이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주택 차압 방지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그동안 치솟았던 차압 신청 건수가 줄어들게 돼 주택시장도 공급 초과에 따른 가격 연쇄 하락의 악순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 차압 신청 건수는 금융위기 발생 시점인 지난해 3/4분기 44만6726건을 시작으로 올해 3/4분기 76만5558건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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