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과도한 모기지로 인해 고통받는 주택소유주를 구제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주택소유주를 위한 희망(Hope for Homeowners)’프로그램이 예상보다 적은 신청자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미 연방의회가 모기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승인하고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이 프로그램은 시행된 뒤 현재까지 단 2만건만이 리파이낸싱을 신청한 상태다. 또 신청된 서류도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는데 까지 거의 60일가량이 걸려 현재는 단 한건도 재융자가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시행 전 주택도시개발국은 3년동안 3천억달러가 들어가는 이 프로그램으로 약 40만명의 주택소유주들이 좀 더 낮은 이율의 모기지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지만 시행 한달동안 신청건수는 기대치에 크게 모자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모기지 부실처리를 놓고 정부기관들 사이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등 초반부터 꼬이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집값 폭락과 모기지 부실 확대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것이 미국 금융대책의 최대 사안이지만 모기지 체납에 따른 주택차압방지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갈등을 빚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과 FDIC가 구제 규모와 범위에 관한 기본 문제에서조차 이견을 보이고 있어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모기지 부실처리 계획의 범위와 내용을 다시 수정할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대책 마련도 지연될 것이라고 전했다.
FDIC는 당초 모기지 대출자의 월 상환액을 5년 이상 줄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정부가 해당 대출의 절반을 보증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구제 대상도 약 200만∼300만명으로 잡았다. 이는 집값 폭락을 부르는 압류주택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약 400억∼5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악관은 FDIC의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백악관은 주택도시개발국이 마련한 새로운 방안을 포함,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은 FDIC의 세부 대책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와 은행이 모기지 손실을 분담해 자칫 은행들이 주택 압류를 더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반의 손실을 감수하느니 주택을 압류해 처분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FDIC의 방안을 둘러싸고 미국 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계에서는 압류 주택에 저항하는 주택 보유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알렉스 폴락연구원은 “이 방안이 시행되면 주택 보유자들이 빚을 상환하지 않고 스스로 부도를 내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며 “부도를 내면 더 나은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FDIC의 제안을 민주당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집권시 FDIC의 대책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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