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를 끌어온 한국 하나금융지주와 LA한인은행인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의 주식구입계약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국부펀드로서 하나금융의 지분 9.62%를 소유하고 있는 테마섹이 하나금융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 금융 시스템 입성하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연방준비은행(FRB)은 끝내 두 은행의 계약에 ‘OK’ 사인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양측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커먼웰스는 대대적인 자금 유입과 하나은행과의 시너지를 통한 획기적인 성장의 기회를 잃었다.
이번 계약 무산은 FRB측이 승인 조건으로 테마섹 측에 미국의 금융 관련 법률에 따른 여러 과정들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FRB는 펀드가 은행 대주주가 될 경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펀드의 은행 지분 인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영업중인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르라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테마섹에서는 이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3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미국 현지법인이었던 퍼시픽유니온뱅크(PUB)를 한미은행에 매각한 것도 이같은 FRB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테마섹은 메릴린치를 포함한 여러 미국 금융기관들의 지분을 소유하고는 있지만 은행의 지분을 취득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원체 FRB는 먼저 NO라는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라며 “계약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FRB가 주시하고 있는 국부펀드 테마섹이 우회적으로 미국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FRB는 지난 6월 이와 관련된 본지의 사실확인 요청에 “승인 신청서 원문은 샌프란시스코에 직접 방문하면 열람이 가능하며, 승인 여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이 나는대로 웹사이트를 통해 최종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만 밝혔던 바 있다.
연방 상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금융위원회는 국부펀드들이 세계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그 활동 영역을 급속히 넓혀가자 지난 4월 FRB의 스캇 알바레즈 고문을 패널로 불러 국부펀드의 미국 금융산업 진출 현황과 이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자회사 편입 승인 뒤 6개월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하는데 FRB의 승인이 지연되자 한국 금감위는 지난 5월에 이행기간을 오는 12월까지로 6개월 더 연장해주기도 했다. 그사이 하나금융은 지난 3분기에 손실을 기록했고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달러 유동성 부족 등 외부적 악재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해결이 안나는 문제를 두고 기다려봐야 서로에게 좋을게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겠냐”라며 “지금 당장 FRB의 승인이 나온다 해도 데드라인인 12월까지 딜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웠을테니 결론은 계약파기 외엔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