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6개월내 美금융시장 반등”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를 야기한 미국 금융시장이 내년 하반기 안정을 되찾고, 미국 실물경제도 내년 말 또는 2010년 초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경제 회생에 관한 이 같은 전망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목표(2010년 경제회복)와 시기를 같이하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초강수 통화정책(제로금리와 국채 매입)이 발표된 이후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 경제, 내년 말 살아난다는데=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논평에서 “금융시장이 20세기 초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공포(fear)’에 사로잡혔지만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듯 금융시장은 향후 6~12개월 이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은행에 대한 미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이후 아직 대출은 충분히 되살아나지 못했지만 신용시장의 지표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분명 금융시장 안정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어 “내년 주택가격이 안정되면서 금융기관이 모기지와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의 담보(주택)가치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금융혼란기를 끝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도 이날 2010년 초부터 미국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칸 총재는 이날 스페인 일간지 익스팬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 회복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고 경기부양책을 반영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자동차 ‘빅3’가 변수=이런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택시장과 일자리가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택시장과 일자리는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등 소비동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은 미 재무부와 FRB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해 시장 안정을 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 재무부가 신규 주택 구입에 대한 모기지 대출금리를 4.5%까지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구제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규 주택 구입자에게 4.5% 금리의 모기지를 제공하게 된다면 주택 가격을 10~12%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향후 운명과 직결된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19일(현지시간) 중 빅3에 대한 구제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정부 지원과 무관하게 빅3 가운데 한두 곳은 파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실제 자금사정이 가장 어려운 크라이슬러는 차 판매부진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 해도 내년부터 부품업체 대금 납부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시장전문가에 따르면 빅3가 파산할 경우 최대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빅3의 운명에 따라 미국 경제의 회생시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양춘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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