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기관들의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강제폐쇄되는 은행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면서 이들 실패은행을 헐값에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의 경쟁이 뜨겁다.
올들어 FDIC에 의해 강제폐쇄된 은행 25개 가운데 대다수가 다른 은행에 싼값에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실패은행 매입으로 손쉽게 영업망을 늘리고 예금을 손에 넣으려는 ‘건강한’ 금융기관 또는 투자기관들의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양호한 금융기관들로서는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으며 투자기관들로서는 장부가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은행을 낮은 가격에 인수해 투자이익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
FDIC는 다른 은행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 금융기관들의 이름을 정리한 ‘입찰자 목록’(Bidder List)를 통해 폐쇄가 예정된 은행을 인수할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적절한 프리미엄을 FDIC에 지급하고 폐쇄되는 은행의 자산 일부와 예금을 인수할 능력을 가진 은행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FDIC는 폐쇄 예정인 은행 매물 정보를 극비리에 이들에게 알린 뒤 입찰을 받는 방식으로 예금보험기금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올들어 폐쇄된 은행들의 상당수가 이같은 방식으로 완전폐쇄가 아닌 타행으로의 인수로 정리됐다.
지난 3분기말 현재 FDIC의 문제은행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은행수가 171개이고 이 숫자조차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게 아니라는 점으로 미루어볼때 내년에 폐쇄될 은행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FDIC는 어바인 지역에 20만평방피트의 사무실을 리스하고 대대적인 인력채용에 나서고 있다.
금융기관 감독기관인 FDIC와 연방통화감독청(OCC)은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이 폐쇄은행을 인수하려는 자격조건을 투자기관이나 개인투자자에게까지 확대했다. 한인은행들의 경우 나라은행, 윌셔은행, 중앙은행, 태평양은행 등이 이 인수 희망 입찰자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얼마전 다우니세이빙스가 폐쇄되기 전에 이 정보를 받아 일부 지점을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지만 나눠서 매각하지는 않는다는 대답을 듣고 더이상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폐쇄은행 인수가 긍정적인 점만 가진건 아니다. 지난 1990년대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당시에도 이같은 방법으로 많은 수의 금융기관들이 폐쇄됐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건축업체 등에 넘어가 모기업의 프로젝트 펀딩에 사용돼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당시 FDIC가 임시로 조직한 폐쇄은행 정리팀(Resolution Trust Corporation)에 소속됐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싼값에 사들이기에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장부상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얼마나 다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