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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파산으로 문을 닫게 돼 폐점 세일을 하고 있는 머빈스의 한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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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다음은 소매업 차례인가.
미국 유통·소매업계가 연중 최대의 대목으로 꼽아온 연말 휴일매출이 사상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미국 소매업계에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극심한 매출 부진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이 파산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대부분 업체들이 점포를 폐쇄하거나 감원, 재고감축 등을 통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 브랜드나 업체는 이미 생사의 기로에 내몰린 상태이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납품기일이 대폭 줄어드는 등 업계의 영업방식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올 연말 휴일기간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매출 실적은 작년보다 2.5∼4%가 감소해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소매판매는 8% 급감했다. 메이시와 앤 테일러 등 주요 백화점과 의류점들이 70% 이상의 할인에 나서는 등 소매 유통업체들은 파격적인 세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으나 꼭 닫힌 지갑을 여는데 실패했다. 소비는 생필품에만 집중됐고, 의류, 전자, 귀금속 등 전반적인 소매판매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11월1일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까지 여성 의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3% 급감했다. 남성 의류 매출도 14% 줄었다. 전자 및 가전 제품 매출은 27% 떨어졌고, 귀금속을 포함한 럭셔리 제품 매출은 35% 위축됐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실업률 급증과 주택가격 폭락 등 미국 경제가 전후 최악의 후퇴(recession)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바짝 조였다. 설상가상으로 폭설 등 날씨 여건까지 비우호적이었다.
통상 연간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대목인 연말 휴일매출이 이처럼 부진해지면서 미 유통업계와 소매업계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수많은 업체를 파산과 폐쇄로 내모는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나 파산전문 변호사들은 내년 초에 소매업계의 대규모 파산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전체 소매업체중 10∼26%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미 파산법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신청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미시간주 소재 컨설팅업체인 앨릭스파트너스는 그동안 자료를 축적해온 대형 소매업체 182곳 중 약 25.8%가 내년 또는 2010년에 파산보호신청을 할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년간 이 비율은 4∼7%에 불과했었다.
국제쇼핑센터협회는 올해 14만8천개의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내년엔 상반기에만 7만3천개의 점포가 폐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은 점포 확장을 기본으로 한 소매·유통업계의 영업전략에 대대적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