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만에 닥친 골 깊은 경기 침체로 ‘주식회사 ’의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이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국유화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미국 소매은행 1위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 CEO는 메릴린치 인수 후유증으로 주주들의 퇴진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좌불안석이다. 자금난으로 생사위기에 놓인 미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고너 CEO의 보수는 주가 급락으로 1년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BOA의 루이스 CEO는 실적 악화와 바닥 주가에 검찰 소환, 그리고 주주들의 퇴진 압력까지 겹쳐 ‘내우외환’의 고달픈 신세다.
미국의 투자자행동단체인 CtW인베스트먼트그룹은 주가 하락과 메릴린치 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루이스 CEO를 해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가 메릴린치의 엄청난 손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합병 직전 거액 보너스 지급도 좌시했다는 주장이다.
CtW의 윌리엄 패터슨 이사는 BOA의 템플 슬로언 사외이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루이스가 극심한 혼돈 속에 메릴린치를 인수해 엄청난 위험을 택했다”고 질타했다. 따라서 루이스 CEO를 해고하지 않으면 다음달 29일 주주총회에서 그와 슬로언, 기업지배구조위원회 토머스 라이언 회장 등의 재선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BOA의 주가는 지난해 9월 15일 메릴린치 인수 선언 이후 90% 폭락했다.
루이스 CEO는 또 메릴린치의 거액 보너스 지급 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BOA는 지난해 4/4분기에 총 17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내 17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또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GM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왜고너 CEO의 보수는 지난해 3월 책정 당시 봉급과 주식?옵션 등을 합쳐 1490만달러(약 220억원)에 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 디트로이트 신화를 일군 ‘자동차 황제’ GM이 지금은 정부 지원 덕에 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왜고너 CEO는 고액 연봉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그의 보수 가운데 봉급은 210만달러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주식?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어서 최근 주가 급락으로 불과 1년여 만에 그 가치가 약 68만1000달러로 급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생존 가능성이 의문시되면서 GM의 주가는 전일 대비 15.4% 급락해 2달러 선이 붕괴됐다.
특히 스톡옵션은 행사가격이 주당 23.13달러여서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다른 인센티브 형식으로 받은 주식들도 거의 가치를 잃었다. 왜고너 CEO는 올해 봉급을 1달러만 받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5일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임원 보수의 삭감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CDU)ㆍ기사당(CSU) 연합과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SPD)이 무려 6시간 동안 정책조정회의를 한 끝에 내놓은 개혁안은 ▷실적 악화 시 임원 급여를 의무적으로 삭감할 것 ▷스톡옵션의 최소 보유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것 ▷임원 급여는 반드시 경영감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결정할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