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금시장에 또다시 난기류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대책을 자주 변경하면서 채권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등 자금시장에 새로운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1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게 한 공포와 불확실성이 이번에는 회사채와 대출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6일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1.3%로 1월 중순의 1.1%보다 올라 단기 채권회수에 대한 은행들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의 수익률은 미 국채보다 19%포인트 높아 지난달 16%포인트보다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됐다. 리보나 정크-국채간 스프레드는 급격히 치솟았던 작년 가을이나 작년 말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면서 점차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대한 대책을 임기응변식으로 계속 변경하면서 이들의 파산 시 채권 투자자보다 정부가 선순위로 채권을 회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부가 씨티그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주식가치를 대폭 희석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해봐야 나중에 채권변제 순위에서 밀려 결국 투자원금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AIG에 투입한 자금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앞으로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채권 투자자가 아니라 구제금융 자금 상환용으로 정부에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AIG의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은 AIG뿐 아니라 최근 주가 급락을 경험한 제너럴일렉트릭(GE)과 씨티그룹도 마찬가지다.  신문은 이런 움직임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 구제금융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다른 기업의 채권가격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계획을 정부가 더욱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시장은 계속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려는 금융회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뉴욕소재 채권투자회사인 ICP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 토머스 프라이어리는 “모든 자산 가치를 동시에 하락시키는 불안감이 휩쓸고 있다. 이는 정부 계획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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