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저축만 하면 불황 더 깊어진다

미국인들이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때문에 소비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저축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조만간 ‘모험 투자’나 소비에 나서지 않는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심각한 장기 불황에 빠져들수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적했다.

14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실물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이고 미국이 경제 선진국의 명성을 얻게 한 원동력인 ‘모험 투자’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미국인 모두가 현금을 쌓아두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네바다주 카지노 고객이 지난 1월 도박으로 잃은 돈이 전년 대비 14.6% 줄어들었다고 관련 업계가 밝힌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미국인들은 소비를 매우 자제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재산 한 푼 없이 손쉽게 돈을 빌려 주택을 소유하고 경기 붐을 틈타 주식 시장에 무작정 뛰어드는 일이 경제 위기를 초래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은 아니더라도 새 기술과 신산업 등을 창출하기 위한 모험 투자가 절실한 때라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인들은 실질소득의 5% 가량을 저축했다. 이는 2007년 4분기 실질 소득 대비 저축률 0.4%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일부 은행들의 경우 개인 저축 규모가 지난해 이후 30% 이상 치솟았다.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돈이 생기면 뭘 하겠느냐’는 물음에 32%가 ‘저축을 하겠다’고 응답했고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답변은 16%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 속에서 금고와 총기류 판매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모험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던 벤처투자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각종 면세 혜택 등으로 기업들에 천국으로 여겨져 온 미국 델라웨어주는 지난해 등록 기업 수가 25% 감소했다.

빚을 얻어 거대한 별장을 사고 1천달러짜리 핸드백을 구입하는 일이 결코 미덕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미국 경제 활동은 가계와 기업 부문의 소비가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인들의 소비와 투자가 없이는 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뉴스위크는 “무분별한 소비를 자제하고 현금을 모으는 게 지금으로선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전제, “그러나 쌓인 현금은 결국 투자와 소비로 연결돼야 하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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