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도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해 미국의 공분을 불러온 AIG의 에드워드 리디 최고경영자(CEO)는 18일, 직원들에게 절반을 반납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리디 회장이 이날 하원의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 보너스는 혐오스럽다”고 말하면서 일부 직원은 자진 전액 반납하기로 했으며 또 “10만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받은 금융상품 부서의 직원들에게 최소한 절반을 반납하도록 오늘 아침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리디 CEO는 AIG의 금융상품 부서에서 최고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번 보너스가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AIG가 받은 공적 자금을 신속히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반환금액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고, 격분한 의원들도 전액 반납을 요구하며 부도덕성을 질타했다고 AP가 전했다. 민주당의 개리 애커먼(뉴욕) 의원은 전국적으로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면서, AIG의 행태를 질타했으며, 하원 금융위 위원장인 바니 프랭크 의원은 보너스를 받은 직원들의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소환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리디 CEO는 이날 보너스 지급에 대한 정부 보고와 관련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3개월 전쯤부터 보너스 지급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재무부는 2주 전쯤 이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AIG의 보너스 지급에 관한 내용을 알았다고 밝힌 것보다 한 주 정도 이른 시점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이 문제 때문에 공격을 받고 있는 가이트너 장관을 궁지에 몰아넣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가이트너 장관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고, 시민단체들도 가이트너 문책론을 제기하고 있다.

고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