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믿지만 한국은 신뢰 못한다고 했다. 현대차를 타면서도 한국 브랜드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세계 33위다. 일본은 5위, 미국은 7위였다. 미국 조사기관 안홀트 사(社)의 지난해 국가브랜드지수(NBI)에 따른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가 ‘코리아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놓았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 휘날린 대형 태극기는 지난 WBC 우승국 일본에 승리한 나라가 한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경기장엔 ‘독도는 우리땅’ ‘오, 필승 코리아’가 흘러나왔다. 승리 후 마운드에 꽂힌 태극기 세리머니는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운이 좋아서라고 했다. 그러나 반복된 승리는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 대표팀은 메이저리그 10승 투수인 올리버 페레즈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렸다.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는 땅볼로 돌려세웠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태극전사들은 신화를 만들었고 거리를 수놓은 붉은악마는 한국인의 열정을 상징했다. 올해 야구 월드컵에선 우승후보 일본을 두 번이나 눌렀다. 치밀한 전략과 우직한 뚝심이 야구를 통해 드러났다. 역동적이며 신바람을 타는 ‘한국적’ 저력을 입증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브랜드위원회 보고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1인당 GDP가 3만달러, 4만달러가 되더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국민이나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선진국에 비해 30%가량 저평가돼 있다. 이를 10%만 개선해도 3대 기업의 영업이익을 130억달러가량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는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국내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가 최대 10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메이저리거 없이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한 야구뿐 아니라 척박한 환경에서 탄생한 김연아와 박태환, LPGA 무대 상위권에 포진한 한국 낭자들의 위상 역시 반짝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의 10대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1% 상승시키는 데는 100억달러가 든다고 한다. 돈이 아닌 실력으로 무장한 선수들의 선전이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한국 브랜드의 가치를 격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윤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