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더 레슬러’에 왜 분노하는가


ⓒ2009 Koreaheraldbiz.com

이란 정부와 영화계가 ‘더 레슬러’와 ’300′등 일부 할리우드 영화가 아랍 세계를 왜곡하고 모욕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이란을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영화관계자들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미국 영화계 사절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이란 영화관계자들이 공언했다.
 
이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예술ㆍ영화 자문역 자바드 샤막다리는 AP통신과 최근 인터뷰에서 “‘더 레슬러’와 ’300′ 등 할리우드 영화가 이란인들을 모욕한 점에 대해 미국 영화 사절단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이란 영화계는 이들과는 만남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시드 개니스 회장과 배우 아네트 베닝, 알프레 우다드 등 할리우드 영화관계자 9인은 이란과의 영화교류를 위해 최근 이란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란 영화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영화 제작, 촬영, 감독, 연기, 마케팅 등 각 부문에 대해 강의와 세미나를 열었다.
 
이란이 문제삼고 있는 영화 중 ‘더 레슬러’에는 극중 프로 레슬러인 미키 루크가 아랍권의 캐릭터로 설정된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늙고 병든 퇴물 레슬러인 미키 루크는 전성기를 함께 누렸던 왕년의 라이벌 ‘아야톨라’와 수십년만의 재대결을 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이란인으로 설정된 레슬러다. 링 위에서 아톨라야는 무지막지한 아랍인을 연기하며 미키 루크를 깔아뭉개고 심지어 이란 국기를 흔든다. 미키 루크는 전세를 역전시킨 뒤 그로부터 이란기를 빼앗아 깃대를 부러뜨리고 관객을 향해 던져버린다. 
 
지난 2006년 개봉한 ’300′은 기원전 4세기, 서구 문화의 기원인 그리스를 동양의 페르시아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려는 스파르타 병사들의 투쟁을 그린 작품. 스파르타병사들을 ‘영웅’으로 묘사한 데 비해 페르시아인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며 퇴폐적이고 악마적인 이미지로 묘사해 아랍권으로부터 큰 반감을 샀다. 두 편 모두 이란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 사절단의 이번 이란 방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 이란관계 개선의지에 발맞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1979년 이란에서의 이슬람 혁명 이후 양국 외교관계는 단절됐으며 지난 2월 경기를 갖기 위해 이란 입국을 시도했던 미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비자발급이 거부되는 등 최근까지 문화, 스포츠, 예술 분야 교류도 사실상 막혀 왔다.
 
다만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과 중동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영화배우 숀 펜이 미국인 으로서는 드물게 지난 2005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기자 신분으로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형석 기자

Print Friendly